▲영화 <교섭>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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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웠지만, 약간은 심심했다. 액션 영화하면 일단, 고막을 터트릴 듯 파열되는 폭발음 등으로 생각할 틈 없이 액션을 밀어내 정신을 빼놓고, 더불어 배우들의 현란한 액션으로 재차 호흡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공식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관람자의 기대를 적잖이 배신한다. 뇌를 잠깐 쥐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봐' 다그치는데, 관람자 입장에선 '근데 지금 저 액션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하며 지체되는 사고를 원망하게 되는 그런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납득되는 전후 사정의 맥락을 따라가며 벌어지는 액션은 관람자가 액션 영화에서 늘 지체되는 뇌 신호가 따라 잡지 못하는 인지부조화를 충분히 커버해 준다. 임순례 표 액션 영화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임순례 감독이 여성이지만, 물론 그가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여성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빼고는 백델 테스트에 붙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인질로 잡힌 여자들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외한다.
이는 아프간 남치범들 그것도 꽤나 잔혹하기로 유명한 탈레반을 상대할 용맹이 남성으로 표상되기도 하거니와 외교부 등의 정부기관 핵심 관계자가 모두 남성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여성의 보조적 등장조차 어색하긴 했을 것이지만, 놀라우리만치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남성 위주의 인질 영화에 비하면, 과도한 남성성을 과시하는 불편한 상남자들이 등장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씨X'을 연발하는 욕설을 전혀 들을 수 없다. 내 귀를 의심했을 정도니 직접 관람으로 확인하시라. 임순례 감독은 욕설을 하지 않고도 남자들의 기싸움과 주먹다툼 액션을 극화한 한국 아니 세계 최초의 감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