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마음이 굳게 닫힌 금쪽이를 위해 '연극 치료'를 진행했다. 금쪽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배우들은 엄마와 금쪽이가 학업 문제로 충돌했던 상황을 재연했다. 이전과 달리 금쪽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감정의 변동이 느껴졌다. 엄마와의 이별 방면에서 금쪽이는 감정이 복받친 듯 울음을 터뜨렸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엄마의 사과를 들은 후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잘못했던 것들 다 죄송하고, 제 앞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금쪽이는 차마 전하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진심을 꺼냈다. 그리고 "열심히 할 테니까 잘 지켜봐 주세요"라며 다짐했다. 혹자는 '엄마처럼 연기한 게 애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갈등 상황에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환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오은영은 연극치료를 통해 참여자가 허구라는 안전한 틀에서 자신을 통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금쪽이는 변할 수 있을까. 다음 날, 아빠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자 금쪽이는 곧바로 밥을 먹으러 주방으로 나왔다. 우울해하던 금쪽이는 장난도 치고, 대화도 나누며 가족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감정을 쏟아낸 후 모든 행동들이 새로웠다. 연극 치료 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달라진 오빠의 모습에 둘째도 기뻐했다. 가족들은 둘러앉아 게임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 금쪽이는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어제의 에너지는 어디로 간 걸까. 아빠는 감정 카드를 통해 현재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금쪽이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겼다. 오은영은 외인성 우울증은 원인을 해결하면 호전되는데, 엄마의 사망이 원인인 금쪽이의 경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솔루션을 이어가려 했다. 금쪽이와 둘째를 불러놓고 엄마의 흔적을 떠올려 보며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보자고 제안했다. 엄마의 죽음을 직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금쪽이는 그러려면 집 안 모든 곳에 붙여야 할 것 같다며 포기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아빠가 물러서지 않자, 금쪽이는 엄마와 관련된 걸 너무 많이 했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금쪽이는 아빠와 산책을 나가기로 한 약속도 거절하고서 또 다시 방으로 숨어버렸다. 오은영은 홍수처럼 밀려든 엄마의 추억으로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느낀 탓에 솔루션을 거부한 것 같다고 금쪽이의 마음을 헤아려 짐작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이번만큼은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식이 됐든 가족이 됐든) 상대방이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어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너무 사랑하니까 빨리 힘을 내라고, 당신이 이렇게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자꾸 설명해요. 설명을 알아들으면 설득돼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주저앉아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거예요. 이때 가장 필요한 건 정말 깊은 공감이에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여전히 우울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잠깐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금세 방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울증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없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황에 대한 이해는 누구보다 잘하고 있을 아빠에게 필요한 건 공감일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와 함께 감정을 표현하고 마음을 깊게 공감할 대상이 되어주라고 조언했다.
신애라는 매일마다 아내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내가 잘하고 있을까. 나한테 힘을 줘"라며 자책하는 아빠에게 "제가 만약 금쪽이 엄마라면 '여보 너무 잘하고 있어. 정말 정말 고마워. 정말 당신밖에 없어. 우리 아이들 잘 부탁해.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 건강해야 돼'라고 얘기할 것 같아요"라며 진심을 담은 위로를 건넸다. 너무나 듣고 싶었던 그 말에 아빠는 흐느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