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아빠와 대화 거부하는 '금쪽이', 어떻게 마음 열었을까

[TV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23.01.28 12:39최종업데이트23.01.29 12:51
원고료로 응원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채널A
 
"평범한 사람이 되는 건 글렀어요. '할 수 있어'라는 말 더 이상 하지 마시고요. 전 할 수 없으니까 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 하지 말아 주세요."

설 연휴를 맞아 결방했던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가 돌아왔다. 음주사고로 엄마를 잃고 삶의 의지가 꺾인 15세 금쪽이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다시 스튜디오에 나온 아빠는 솔루션 중 문제가 발생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오은영은 금쪽이와 오랜 시간 대화를 해보니 금쪽이의 마음을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며, 15세 아이가 갑자기 엄마를 잃었는데 단번에 극복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아빠가 촬영한 영상 속에는 솔루션을 거부하는 금쪽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금쪽이는 한밤중에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아빠가 만류하자 가출을 선언했다. 아빠가 외출을 막은 이유는 무엇일까. 금쪽이가 온라인에서 알게 된 친구들을 만나려 했고, 새벽 5시에 기차표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집에만 있던 아이가 갑자기 나간다고 하니 더 걱정이 됐던 것이다. 

다음 날, 아빠는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금쪽이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1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야 거실로 나온 금쪽이는 솔루션에 대해 언급하는 아빠의 말에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아빠는 금쪽이의 깊은 감정을 꺼내기 위해 엄마가 사고를 당했던 일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엄마 얘기에도 금쪽이는 지나치게 덤덤했다. 엄마의 죽음이 더 이상 슬프지 않은 걸까. 아니면 슬픔마저 외면하는 걸까. 

"사람이 너무 깊은 고통과 아픔이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자기가 다루기 어려워하는 것들을 피해가 되지 않도록 다루어내는 것을 방어기제라고 해요." (오은영) 
 
아빠는 금쪽이의 태도에 또 한번 좌절했다. 솔루션 후에도 금쪽이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보이는 방어기제가 '격리(Isolation)'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금쪽이는 힘든 감정을 다루기 어려워서 감정을 따로 격리했던 것이다. 이런 금쪽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칫 힘든 감정이 없다고 착각할 수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은둔 생활을 하며 온라인 친구를 만나겠다는 심리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엄마와의 이별을 아직 직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 친구들을 만나(엄마 문제가 거론되)는 게 부담스러운 거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친구를 만나겠다는 걸 나쁘게 볼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금쪽이가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원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채널A
 
마음이 굳게 닫힌 금쪽이를 위해 '연극 치료'를 진행했다. 금쪽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배우들은 엄마와 금쪽이가 학업 문제로 충돌했던 상황을 재연했다. 이전과 달리 금쪽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감정의 변동이 느껴졌다. 엄마와의 이별 방면에서 금쪽이는 감정이 복받친 듯 울음을 터뜨렸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엄마의 사과를 들은 후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잘못했던 것들 다 죄송하고, 제 앞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금쪽이는 차마 전하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진심을 꺼냈다. 그리고 "열심히 할 테니까 잘 지켜봐 주세요"라며 다짐했다. 혹자는 '엄마처럼 연기한 게 애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갈등 상황에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환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오은영은 연극치료를 통해 참여자가 허구라는 안전한 틀에서 자신을 통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금쪽이는 변할 수 있을까. 다음 날, 아빠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자 금쪽이는 곧바로 밥을 먹으러 주방으로 나왔다. 우울해하던 금쪽이는 장난도 치고, 대화도 나누며 가족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감정을 쏟아낸 후 모든 행동들이 새로웠다. 연극 치료 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달라진 오빠의 모습에 둘째도 기뻐했다. 가족들은 둘러앉아 게임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 금쪽이는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어제의 에너지는 어디로 간 걸까. 아빠는 감정 카드를 통해 현재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금쪽이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겼다. 오은영은 외인성 우울증은 원인을 해결하면 호전되는데, 엄마의 사망이 원인인 금쪽이의 경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솔루션을 이어가려 했다. 금쪽이와 둘째를 불러놓고 엄마의 흔적을 떠올려 보며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보자고 제안했다. 엄마의 죽음을 직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금쪽이는 그러려면 집 안 모든 곳에 붙여야 할 것 같다며 포기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아빠가 물러서지 않자, 금쪽이는 엄마와 관련된 걸 너무 많이 했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금쪽이는 아빠와 산책을 나가기로 한 약속도 거절하고서 또 다시 방으로 숨어버렸다. 오은영은 홍수처럼 밀려든 엄마의 추억으로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느낀 탓에 솔루션을 거부한 것 같다고 금쪽이의 마음을 헤아려 짐작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이번만큼은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식이 됐든 가족이 됐든) 상대방이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어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너무 사랑하니까 빨리 힘을 내라고, 당신이 이렇게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자꾸 설명해요. 설명을 알아들으면 설득돼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주저앉아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거예요. 이때 가장 필요한 건 정말 깊은 공감이에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여전히 우울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잠깐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금세 방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울증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없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황에 대한 이해는 누구보다 잘하고 있을 아빠에게 필요한 건 공감일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와 함께 감정을 표현하고 마음을 깊게 공감할 대상이 되어주라고 조언했다. 

신애라는 매일마다 아내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내가 잘하고 있을까. 나한테 힘을 줘"라며 자책하는 아빠에게 "제가 만약 금쪽이 엄마라면 '여보 너무 잘하고 있어. 정말 정말 고마워. 정말 당신밖에 없어. 우리 아이들 잘 부탁해.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 건강해야 돼'라고 얘기할 것 같아요"라며 진심을 담은 위로를 건넸다. 너무나 듣고 싶었던 그 말에 아빠는 흐느껴 울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채널A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걱정 말아요, 아빠 솔루션'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사랑 표현을 많이 하는 아빠의 꾸준한 표현이 금쪽이의 마음을 녹일 것이라고 응원하면서 자신도 계속해서 금쪽이와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추가 솔루션 1일 차, 함께 식사를 하던 아빠는 방송 소감을 물었다. 금쪽이는 '추억 회상' 같았다고 대답했는데, 걱정과 달리 편하게 받아들인 듯했다. 

추가 솔루션 2일차, 은둔하는 금쪽이를 위해 침실과 게임 공간을 분리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휴식과 작업 공간을 따로 두어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시키는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금쪽이는 옷을 갈아입고 옆방으로 '출근'했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지냈던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아빠는 금쪽이에게 게임을 배우며 소통했다. 

5일차, 아빠는 금쪽이에게 영상편지를 찍어 보여줬다. 밖을 두려워하는 금쪽이를 위해 집 밖의 상황을 생생하게 촬영해 모니터링해준 것이다. 또, 주변 사람들의 응원의 메시지도 담았다. 응원의 기운을 잔뜩 받은 금쪽이는 스스로 등교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학교로 가는 길을 촬영해 아빠에게 보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금쪽이의 닫힌 마음을 열리는 순간이었다. 

한편, 몸과 마음이 지친 아빠는 심리 상담을 받았고, 사고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 둘째 역시 꾸준한 심리 상담을 이어갔다. 금쪽이는 아빠와 운동도 함께 했고, 드디어 자의로 샤워를 했다. 그렇게 일상의 모습을 하나씩 회복해 나갔다. 금쪽이는 스스로 안방으로 와 가족들과 함께 잠을 자기도 했다. 자책을 하며 죄책감에 빠져 살았던 아빠도 비로소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무거운 짐이 있었다면 그걸 조금씩 내려놓는 느낌. 한 번씩 더 밖에 나가고 한 번씩 더 운동하고 더 씻고, 그렇게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가 제가 하고 싶은 거에 도달할 수 있겠죠." (금쪽이)

참담한 음주사고로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은 금쪽이네 가족들의 아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그 고통스러운 사건은 금쪽이네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삶이 무너져 내렸다. 무엇하나 온전하지 않았다. 금쪽이는 현실을 부정하며 세상을 거부했고, 아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절망하고 좌절했다. 엄마의 죽음을 목격했던 둘째는 슬픔을 숨긴 채 살아갔다. 

어둠에서 벗어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아직 완전히 회복됐다고는 할 수 없다. 엄마의 부재는 앞으로도 뼈저리게 느껴질 테고, 엄마의 존재는 매일같이 사무치게 그리울 것이다. 금쪽이네 가족들이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다. 마음이 무겁다. 더 이상 음주운전으로 인한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그저 묵묵하게 금쪽이네를 응원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