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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육대의 빈 자리 파고든 골림픽의 성공

[리뷰] SBS 설특집 <골 때리는 그녀들-골림픽>

23.01.25 15:11최종업데이트23.01.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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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설특집 <골 때리는 그녀들-골림픽>이 설연휴 예능 경쟁의 승자가 됐다. 1월 23일과 24일 2회에 걸쳐 방송된 <골림픽>은 <골때녀> 제작진과 출연진이 설날연휴를 맞이해 준비한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본작이 순수하게 '축구'에 초점을 맞췄다면 <골림픽>은 보다 다양한 종목에 걸쳐 팀대결을 펼치는 '골때녀판 아육대'라고 할 수 있었다.
 
<골때녀> 시리즈에 출연했던 10개 팀과 선수-감독들이 모두 등장했다. 또한 이들은 원더클나방(원더우먼-불나방), 탑걸드림(탑걸-발라드림), 국척콘다(구척장신-아나콘다), 액개니스타(액셔니스타-개벤져스) 등 두 팀씩 연합팀을 결성하여 경쟁하기도 했다. 각 팀들은 50미터 스프린트, 줄다리기, 타이머 사진찍기, 파워슈터 대결, 드리블 꽃이 피었습니다. 축구양궁, 짐볼축구, 슈팅 노래방, 이어달리기 단체 계주 등을 펼쳤다.
 
최종 우승은 원더클나방에게 돌아갔다. 원더클나방은 계주 우승을 비롯하여 245점을 획득하며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원더클나방의 이름으로 화천 정산고 여자 축구부에 축구공 100개를 기부하는 선행을 펼치며 의미를 더했다.
 
<골림픽>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6.1%, 5.0%를 기록하며 지상파 3사 설 연휴 예능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해 설연휴에는 예년과 달리 볼만한 새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많았고, 기존 인기 정규예능조차도 대부분 시청률 하락 효과를 피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했다고 할만한 성적표다.
 
<골림픽>은 최근 예능의 트렌드이기도 한 '세계관' 구축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획이다. 최근의 예능들은 성공한 작품의 구성-캐릭터-멤버들을 활용하여 연속성을 이어가거나 새롭게 변주시키는 시도가 많아졌다. <나혼자산다>의 주요 출연진들이 뭉쳐서 <여은파>, <태어나보니 세계일주>로 이어졌고, <미운 우리 새끼>의 출연진들이 그대로 <신발벗고 돌싱포맨>이라는 스핀오프로 이어진 것 등이 대표적이다.
 
<골때녀>는 이미 해당 출연자들을 활용한 스핀오프인 러브리얼리티 <연애는 직진>을 선보인바 있고, 또다른 자사 프로그램인 <집사부일체>와의 콜라보, '카타르 월드컵 특집' 등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골때녀> 포맷을 야무지게 재활용하고 있다. <골때녀> 자체가 정규편성 2년을 넘기며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고정 시청층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고, 폭넓은 세대와 국적을 아우르는 출연진-체육과 팀대결라는 소재로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시킬수 있는 여지도 넓기 때문이다.
 
<골림픽>은 <골때녀>의 세계관을 이은 작품이지만 비판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MBC <아이돌 육상선수권대회>를 더 빼닮았다. 출연자가 <골때녀> 멤버들이고 경쟁 종목이 축구를 응용하여 살짝 변주시킨 아이디어라는 정도를 제외하면, 체육대회 설정이나 무대 배경은 <아육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독창성없이 기존 프로그램의 포장만 바꿔서 새 것처럼 내놓은 게으른 메뉴이자 지나친 '골때녀 우려먹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아육대>는 인기 아이돌들을 대거 섭외해 체육대회 형식으로 경쟁을 펼치며 명절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 평소에 한 자리에서 보기힘든 아이돌들을 드림팀처럼 모아서, 무대와는 또다른 열정적이고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게 초기의 관전포인트였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해를 거듭하며 장시간 녹화, 부상과 안전 위험, 인기 위주의 편파적인 방송분량과 차별대우 논란, 팬덤의 과열경쟁 등 각종 부정적인 요소들이 누적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MBC는 단체촬영이 어려워진 코로나19기간 동안 <아육대>를 편성하지 않았고, 지난해 추석 명절에 모처럼 부활했으나 냉랭한 반응과 함께 최고시청률이 3%를 넘지 못하는 저조한 반응에 그쳤다. 올 설 연휴에는 또다시 편성에서 사라졌다. 제작 불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골림픽>은 때마침 이러한 <아육대>의 빈 자리를 적재적소에 치고들어왔다. 설정 자체는 거의 똑같은 '아류' 프로그램이라도 해도 할말이 없지만, <골림픽>에는 분명히 <아육대>와는 또다른 매력이 존재했다. <골때녀>를 통하여 스포츠 예능에서 요구되는 승부욕-운동능력-팀워크 등이 검증된 각 멤버들의 캐릭터, 그리고 자발적인 진정성이다.
 
출연자들은 방송 내내 유쾌하게 경기를 즐기면서도 승부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축구 경기에서 악바리 정신을 발휘하여 치열하게 경쟁하던 멤버들이 이날은 모두 같은 편이 되어 의외의 케미를 발산하는 모습들, 배우-모델-개그우먼-아나운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여성 연예인들이 몸을 사리거나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순간에 몰입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선사했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돌들을 모아놓고도 정작 소수의 인기 멤버나 운동신경이 뛰어난 멤버들의 분량 경쟁에 치우쳤던 <아육대>에 비하여, <골림픽>은 구성원들 모두가 진심으로 함께 웃고 즐기는 진짜 체육대회이자, 올스타전의 느낌에 더 가까웠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골때녀>를 이미 본 사람들은 아는대로, 또 모르면 모르면 대로 편안하게 내용을 따라갈 수 있었던 구성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마침에 올 설에 <아육대>가 편성되지 않으며 베끼기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도 <골림픽>에는 행운이었다.
 
<골때녀>가 당분간 시즌을 거듭하며 1,2부리그와 승강제의 구축 등으로 장기적으로 연속성있는 기획으로 입지를 다진 만큼, <골림픽> 역시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각종 논란과 비판 속에 존폐 여부가 불투명해진 <아육대>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골때녀>의 출연진과 구성을 지나치게 반복 재탕하면서 누적되고 있는 식상함은 제작진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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