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한 응원“(양)소민 언니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되게 잘 공유해줘요. 그리고 (손)지윤 언니하고도 이야기를 진짜 많이많이 나눠요. 소민 언니도 이미 옆에 (추)상미 언니의 해롤드가 있으니까 고민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또 소민 언니는 언니 나름대로 너무 멋있지 않나요? 짜증 나요. (웃음) 저 약간, 너무 잘하는 사람들은 볼 때마다 짜증 나거든요. 그 소민 언니, 반칙 스킬도 있거든요. ‘아, 왜 저렇게 잘해’ 하게 되는…. (웃음) 지윤 언니도 진짜 너무 잘하고, 그냥 그래서 서로 되게 응원해 줘요. 서로서로 ‘어, 잘하고 있어’라고요. 제가 ‘언니, 나 이렇게 하는 거 너무 좀 그렇지 않나?’ 하면 언제나 ‘아냐, 너 필립 좋은데? 왜?’ 이렇게 서로 위안하고 응원하면서 하고 있어요.”
곽우신
시즌을 거쳐오면서 <오펀스>가 바뀐 점이 또 있다. '여성 배우 페어'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초연 때 남배우만의 3인극이었던 이 작품은, 재연 때 처음으로 여배우 3인이 함께하는 회차들이 생겼고, 이번 삼연에는 역할마다 남배우 둘과 여배우 둘씩 캐스팅되면서 더 다양한 조합의 페어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오펀스>를 기술적으로 엄밀한 의미의 '젠더 프리' 작품이라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성별 구분을 완전히 없애고 역할을 오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통상적인 의미에서 젠더의 벽을 허무는 작품인 점만은 분명하다. 같은 작품, 같은 역할을 남성 배우들끼리 표현할 때와 여성 배우들끼리 연기할 때는 분명 그 페어만의 독특한 케미스트리와 아우라가 나오게 된다.
"<오펀스>라는 작품이 가진 의미가 있잖아요? 단순히 여배우들끼리 하니까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작품의 의미에 중점을 많이 두려고 하다 보니 여성 페어의 의미도 생긴 것 같아요. 남자만 고아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남자만 격려받고 싶은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남자나 여자냐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꼭 남자일 필요 없잖아?'가 되면서 연출과 대표께서 여성 페어를 만들었다고 해요. 이게 단순히 남성 역할을 여성 배우가 소화하는 게 아니거든요. 여성 페어가 연기할 때는 실제 그 캐릭터도 여성이라는 설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여자 해롤드, 여자 필립, 여자 트릿이 서로를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도 뭔가 좀 다를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모두 고아는 아니지만, 그냥 모든 인간은 격려받고 싶잖아요? 누구나 격려받으면서 성장하니까... 누구나 첫째이기도 하고, 둘째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하고, 아빠이기도 하죠. 누군가는 필립의 마음으로, 누군가는 또 트릿의 마음으로, 누군가는 해롤드의 마음으로 작품을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어머니도 제주도에서 올라오셔서 보고 가셨는데 감동해서 엄청나게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배우 김주연은 그게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음을 고백했다. 단순히 몸을 많이 써서는 아니다. <더 헬멧>에서도 <네이처 오브 포겟팅>에서도 몸은 많이 썼다. 트릿과 필립이 크게 얽히면서 싸웠다가, 이 응어리짐을 확연하게 풀어줘야 하는데, 막상 해보니 그 감정의 해소가 명확하게 잘 드러나지 않았다. 페어별로 어떻게 소화하는지 비교해보며, 서로의 장단점을 연구한 끝에야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만으로 서른을 채운 배우 김주연도 이 작품을 통해 또 격려받고, 성장했다. 로퍼를 신고, 필라델피아 지도를 보며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 필립처럼. 그는 이제 자신이 어떤 공간과 시간에 있는지 정확히 안다.
"(양)소민 언니가 후기들 같은 거 잘 찾아다 주는데, 보면 '쭈필립 귀엽다'밖에 없던데요?! '너무 귀여워서 안 보면 손해' 이런 거 있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저 귀엽기만 하기 싫은데... 진짜 멋있게 하고 싶은데, 막상 그렇게 하려면 그냥 지질해지더라고요. (웃음) 실제로 제 말투가 필립이랑 가까운 게 있어요. 필립이 작품 속에서 하는 말버릇 같은 게,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 실제로 제가 종종 쓰는 거에서 많이 따왔어요. 트릿한테 해롤드랑 밖에 나갔다 온 거 자랑할 때 말투 같은 거요. (웃음) 제가 원래도 장난꾸러기이고, 오빠들한테도 많이 덤비거든요.
사실 매번 할 때마다 '오늘은 너무 안 나갔나?' 혹은 '너무 나갔나?' 이 경계선에서 늘 고민해요. 무대 위 필립의 마음이 아무리 100%여도 연기가 그렇게 안 보일 때도 있어서, 잘 보이는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요. 김태형 연출께서 정말 아낌없이 조언을 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신 덕분에 그때부터 확신을 갖고 할 수 있었어요. 어차피 저는 (최)수진 언니처럼은 못 해요. (웃음)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 그걸 밀고 가야겠다'라고 마음먹었고, '좀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어, 내 방향은 이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더 잘 보이더라고요.
2022년에는 드라마에 짧게 나온 것까지 하면 아홉 작품이나 했어요. 하지만 이제 더는 조급해하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려고요. 스스로 '더 천천히, 천천히' 하면서 채찍질해요. 이제는 연구도 많이 하면서 한 작품씩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저는 제가 부족한 거에 비해서 충분히 사랑받으며 행복한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충분히 감사해요. 그러니 제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을 잘 지켜가면서, 감사한 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것들 나누며 조급하지 않게 사는 게 2023년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