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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객 행동에 눈물"... 함께 만들어 가는 이 연극 아시나요

[인터뷰] 이머시브씨어터 <카지노> 주역을 만나다

23.01.14 11:24최종업데이트23.01.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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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대학로에서는 수많은 연극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 연극을 준비해가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12일, 대학로 씨어터 쿰 극장에서 이머시브씨어터 <카지노>(작‧연출 양문수/음악 장지영) 세 번째 시즌의 첫 공연을 마친 양문수 연출가와 안지현, 김태균 배우를 만나 인터뷰했다.

연극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고 배우와 관객이 따로 없다. 카지노에 입장하는 순간 우리는 칩을 받아들고 직접 게임에 참여, 배우들은 딜러 등 역할로 맞이한다. 100분여의 게임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 먼저 양문수 연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앞줄 왼쪽부터) '딜러 수' 양수경, '딜러 민' 문수민, '딜러 현' 안지현, '딜러 우' 최지우, '나소미/나나' 엄하얀. (뒷줄 왼쪽부터) '딜러 혁' 박상혁, '빈' 마준석, '존' 김태균
(앞줄 왼쪽부터) '딜러 수' 양수경, '딜러 민' 문수민, '딜러 현' 안지현, '딜러 우' 최지우, '나소미/나나' 엄하얀. (뒷줄 왼쪽부터) '딜러 혁' 박상혁, '빈' 마준석, '존' 김태균차원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포함하면 세 번째 시즌입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어려운 시기에 저희 공연을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큽니다. 한국 연극계에서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장르인데도 불구하고, 특히 젊은 팬들이 많이 호응해주셔서 세 번째 시즌까지 온 것 같습니다."
 
- 연출부터 대본까지 다 쓰신 걸로 아는데,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트렌디하고 능동적인 젊은 관객들을 위한 공연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연극 및 공연계는 큰 타격을 입었어요. 관객은 급격히 줄어들고, OTT 등의 매체들의 위상과 파급력이 강해졌습니다. 연극 시장의 확대와 관객 유입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머시브씨어터 장르'의 작품을 개발하는데 모든 역량과 배우 훈련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카지노>가 그 대표적인 작품인데요. 현재 관객의 83% 정도가 10대 후반부터 20대 관객으로 의도가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또 여성 관객들이 대부분인 연극계에서 카지노는 10대~20대의 남자 관객이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연극을 통해 대학로를 처음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 뿌듯합니다."
 
- '이머시브씨어터'가 무엇인지 직접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직역하면 몰입하다, (물에) 담그다, 에워싸다 등의 뜻입니다. 관객의 몰입을 극도로 끌어올려서 공연 속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지요. 그것을 위해선 극의 모든 구분과 경계를 없애고, 하나로 융합되도록 만들어야만 합니다. 관람하고 느끼는 공연에서, 경험하고 깨닫는 차원으로 변화되도록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머시브씨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 톤입니다.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사라지고 관객도 배우가 되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이질감이 느껴져선 안 됩니다. 만약 이질감이 발생하면 관객과 배우 모두 몰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장되거나 일상과 맞지 않는 제스처나 대사 톤은 금물입니다. 이를 위한 훈련에 가장 집중했습니다."
 
- 모든 등장인물에 각자의 사연과 성격이 있고, 그에 따른 연기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시즌1 때는 카지노 사장 존이었는데, 공연을 거듭하면서 캐릭터 하나하나 전부가 소중하고 정이 갑니다. 마치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소중하듯이 말이죠. 재미있었던 점은 주인공 두 사람으로 시작했는데, 공연이 진행되며 세 번째 시즌을 하다 보니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캐릭터 모두 주인공으로 변화되는 것이 이머시브씨어터의 큰 매력입니다. 관객도 역시 주인공이지요. 실제로 후기에는 자신이 정말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관객들이 직접 카지노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규칙을 잘 몰라도 연극을 즐길 수 있습니까?
"당연히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됩니다. 친절한 딜러들이 하나하나 설명해 드립니다. 듣고 보면서 이해하려면 하루가 지나도 힘들 수 있겠지만, 직접 행동하고 경험하면 5분이면 누구나 충분히 게임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총 다섯 개의 게임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그중 한 게임만 추천해 주신다면요.
"'하이로우' 게임입니다. 제일 쉬운 게임으로 딜러보다 높은 숫자가 나오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정말 쉽죠? 숫자는 누구나 다 알잖아요. 1분이면 게임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연극 카지노가 관객들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셰익스피어는 '연극은 인간의 본성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관객들이나 사회가 각자의 본성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연극의 메시지예요. 시스템으로 쉼 없이 굴러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를 역설적으로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는 카지노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 현대 자본주의와 카지노는 어떻게 닮아있나요?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활용하는 체재와 사업이라는 점이 닮았습니다. 시스템의 굴레 안에서 폭주 기관차처럼 굴러가는 자본주의 체제와 창문도 햇빛도 없이 24시간 365일 쉼 없이 운영하는 카지노는 자본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고 삶의 이유이죠. 어떻게든 손님을 잡아놓기 위해 속도를 빠르게 운영해야만 합니다. 이곳에서의 인간은 삶의 목적과 의미, 자신의 본성과 개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치 기관차의 부품처럼 끊임없이 일에 빠지고 게임에 취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고, 때론 그것에 희열을 느끼며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 방영 중인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카지노>와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드라마보다 연극이 이래서 더 재밌다, 세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1. 드라마 <카지노>는 화면으로 보고 즐기지만, 이머시브 <카지노>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깨닫게 되어 더 재밌습니다.
2. 드라마는 매력적인 손석구를 볼 수 있지만, 연극은 매력적인 딜러 혁이와 직접 대화하고 교감 할 수 있습니다.
3. 드라마는 시청자가 사건에 개입할 수 없지만 이 연극은 관객이 배우가 되어 모든 장면에 개입하고 관여할 수 있습니다."
 
- <카지노> 예매를 고민하는 관객, 혹은 이미 예매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능동적이며 트렌드에 민감 관객이라면 꼭 보셔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여러분들께 이머시브씨어터라는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다음은 배우들의 이야기다.
  
 게임 테이블에서 포즈 취한 딜러 ‘현’ 역 배우 안지현(왼쪽), 카지노 사장 ‘존’ 역 배우 김태균(오른쪽)
게임 테이블에서 포즈 취한 딜러 ‘현’ 역 배우 안지현(왼쪽), 카지노 사장 ‘존’ 역 배우 김태균(오른쪽)차원
 
- 먼저 관객들 사이에서 연기를 펼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카지노 사장 '존' 역 배우 김태균(아래 김): 짜릿합니다. 마치 높은 두 개의 절벽 위에서 외줄을 타는 듯한 느낌입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상황판단력이 없으면 곧바로 절벽 아래로 고꾸라지듯이, 관객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없이 연습하여 본능적으로 캐릭터의 목적을 알면서도 모든 순간순간에 완전히 캐릭터로서 살아있어야 하죠. 배우 스스로가 완전한 몰입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 인물은 이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생각하며 캐릭터의 자서전을 써보기도 해요. 모든 회차, 모든 장면별 순간순간이 배우에게는 어려운 도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정말 귀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카지노 딜러 '현' 역 배우 안지현(아래 안): 관객분들의 바로 옆에서 연기한다는 건 정말 짜릿한 일입니다. 관객분들이 저를 더 많이 궁금해해 주시고 저와 교감해주실수록 제가 현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더욱 넓어지기 때문에 매일 다른 관객분들을 만나는 것은 매우 신나고 또 흥미진진한 일이에요. 관객분들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면서 딜러 현이 살아서 존재하고 있음을 깊이 느낍니다.
 
- 일반 연극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 카지노는 이머시브 연극이잖아요. 관객들은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손님으로 이곳에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목격하면서 방관하거나 사건에 직접 관여하게 됩니다. 일반 연극과 달리 배우는 연기를 하기 전에 매회 달라지는 관객의 특성과 그로 인한 무대 위의 여러 상황을 늘 인지해야 합니다. 관객 바로 앞에서 숨을 쉬고 행동하므로 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죠. 또한 이머시브 연극 안에서는 관객들 또한 배우이기 때문에, 서로 깊은 교감을 해야만 합니다. 그 때문에 배우들은 굉장히 사실적으로 연기해야 하죠. 그렇지 않다면 관객의 교감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카지노에서는 정해져 있는 대사보다 '인물 그 자체'로서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늘 눈과 귀를 열고 관객들께 더 온전히 집중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제4의 벽을 통해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안에 들어와 함께 한다는 것, 그래서 내 삶에 관객이라는 새로운 인물들이 관여하는 것. 이것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았던 관객이나 공연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 작년 2022년 6월 공연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공연 중 한 관객이 제게 다가와 사람을 그렇게 때리면 어떡하느냐며 따지듯 묻기 시작했죠. 갑작스러웠지만 굉장히 깊은 교감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훈련을 이미 많이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극이 진행될 수 있었고, 이머시브 연극의 진수를 맛본 기분이었죠.
 
안: 공연을 마치고 분장실에 들어와서 배우들 모두 감동해서 펑펑 울었던 날이 있었어요. 극이 마지막에 가까워지면서 한 관객분이 자신의 남은 칩을 버리고 계속 게임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는데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때부터 한 분 한 분씩 대부분의 관객분들이 자신의 칩을 버리기 시작했어요. 그때의 가슴 먹먹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이게 진짜 이머시브씨어터구나 라고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이머시브 극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관객반응을 예상해왔지만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거든요.

어떤 관객분은 후기에 칩을 버리는 분이 배우인지, 정해진 신이었는지 질문하기도 하셨더라고요. 공연은 관객 여러분께서 완성해 주시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았습니다. 또 공연을 관람하고 제게 딜러 현이 며칠 동안이나 잊히지 않았다고 후기를 보내주신 분도 계셨는데요. 이 이상 어떤 감사한 말이 있을까요. 제가 누군가의 인생에 들어가서 그 일부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인물로서 함께 존재했다는 것. 저 또한 이 소중한 메시지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 배우들 간의 케미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 상당히 좋습니다. 모든 배우들이 서로를 아껴주고 또 배려해줍니다. 눈만 봐도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할까요? 매일 볼 때마다 즐겁고 행복합니다(웃음).
 
안: 우리 극단 '푸른하늘'은 몰입형 연극에 특화하여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교감훈련'을 중심으로 긴 기간 훈련해 왔습니다. 그래서 배우 간의 케미는 다른 무엇보다 훌륭하다고 자부해요. 공연하다 보면 관객들 사이에서 각 인물로서 서로를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이 있습니다. 눈만 보고 손끝만 닿아도 서로 얼마나 교감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거든요. 저는 이 공연이 그리고 동료들이 너무 친밀하면서도 매일 새롭게 느껴져요. 그들은 매일매일 깊은 눈빛으로 저를 찾아오거든요. 또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역사와 감정들을 교류하면서 더 분명한 타당성을 찾고, 이제는 서로를 하나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이 속한 극단 푸른하늘은 2018년 시작된 창작자와 배우로 구성된 단체다.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여 찾아낸 가치를 공연예술을 통해 사회와 공유하고 교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난 오늘 당신 꿈 꿉니다>, <흔해빠진 일>, <크리스마스 랩소디? 등 이미 다수의 이머시브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앞으로도 <로미오와 줄리엣>, <넘버스> 등 작품으로 이머시브 장르를 계속 시도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인터뷰에 참여한 두 배우는 마지막으로 "첫 공연을 마치고 나니 작품에 대해 더욱 확신이 생기고 설레는 마음"이라며 "3월 5일 마지막 공연까지 후회 없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연극 <이머시브씨어터 카지노:2023>는 현재 대학로 씨어터 쿰 지하 1층 극장에서 공연 중인 작품으로, 3월 5일까지 평일 저녁 8시, 주말에는 오후 2시와 6시에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극단 '푸른하늘' <이머시브씨어터 카지노:2023>
대학로 씨어터 쿰 2023.01.12(목)~2023.03.05(일)
평일 저녁 8시/토,일요일 오후 2시, 6시 (월요일 휴무)
연극카지노 극단푸른하늘 양문수연출 이머시브씨어터 대학로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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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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