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 왼쪽부터) '딜러 수' 양수경, '딜러 민' 문수민, '딜러 현' 안지현, '딜러 우' 최지우, '나소미/나나' 엄하얀. (뒷줄 왼쪽부터) '딜러 혁' 박상혁, '빈' 마준석, '존' 김태균
차원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포함하면 세 번째 시즌입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어려운 시기에 저희 공연을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큽니다. 한국 연극계에서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장르인데도 불구하고, 특히 젊은 팬들이 많이 호응해주셔서 세 번째 시즌까지 온 것 같습니다."
- 연출부터 대본까지 다 쓰신 걸로 아는데,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트렌디하고 능동적인 젊은 관객들을 위한 공연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연극 및 공연계는 큰 타격을 입었어요. 관객은 급격히 줄어들고, OTT 등의 매체들의 위상과 파급력이 강해졌습니다. 연극 시장의 확대와 관객 유입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머시브씨어터 장르'의 작품을 개발하는데 모든 역량과 배우 훈련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카지노>가 그 대표적인 작품인데요. 현재 관객의 83% 정도가 10대 후반부터 20대 관객으로 의도가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또 여성 관객들이 대부분인 연극계에서 카지노는 10대~20대의 남자 관객이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연극을 통해 대학로를 처음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 뿌듯합니다."
- '이머시브씨어터'가 무엇인지 직접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직역하면 몰입하다, (물에) 담그다, 에워싸다 등의 뜻입니다. 관객의 몰입을 극도로 끌어올려서 공연 속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지요. 그것을 위해선 극의 모든 구분과 경계를 없애고, 하나로 융합되도록 만들어야만 합니다. 관람하고 느끼는 공연에서, 경험하고 깨닫는 차원으로 변화되도록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머시브씨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 톤입니다.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사라지고 관객도 배우가 되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이질감이 느껴져선 안 됩니다. 만약 이질감이 발생하면 관객과 배우 모두 몰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장되거나 일상과 맞지 않는 제스처나 대사 톤은 금물입니다. 이를 위한 훈련에 가장 집중했습니다."
- 모든 등장인물에 각자의 사연과 성격이 있고, 그에 따른 연기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시즌1 때는 카지노 사장 존이었는데, 공연을 거듭하면서 캐릭터 하나하나 전부가 소중하고 정이 갑니다. 마치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소중하듯이 말이죠. 재미있었던 점은 주인공 두 사람으로 시작했는데, 공연이 진행되며 세 번째 시즌을 하다 보니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캐릭터 모두 주인공으로 변화되는 것이 이머시브씨어터의 큰 매력입니다. 관객도 역시 주인공이지요. 실제로 후기에는 자신이 정말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관객들이 직접 카지노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규칙을 잘 몰라도 연극을 즐길 수 있습니까?
"당연히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됩니다. 친절한 딜러들이 하나하나 설명해 드립니다. 듣고 보면서 이해하려면 하루가 지나도 힘들 수 있겠지만, 직접 행동하고 경험하면 5분이면 누구나 충분히 게임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총 다섯 개의 게임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그중 한 게임만 추천해 주신다면요.
"'하이로우' 게임입니다. 제일 쉬운 게임으로 딜러보다 높은 숫자가 나오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정말 쉽죠? 숫자는 누구나 다 알잖아요. 1분이면 게임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연극 카지노가 관객들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셰익스피어는 '연극은 인간의 본성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관객들이나 사회가 각자의 본성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연극의 메시지예요. 시스템으로 쉼 없이 굴러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를 역설적으로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는 카지노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 현대 자본주의와 카지노는 어떻게 닮아있나요?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활용하는 체재와 사업이라는 점이 닮았습니다. 시스템의 굴레 안에서 폭주 기관차처럼 굴러가는 자본주의 체제와 창문도 햇빛도 없이 24시간 365일 쉼 없이 운영하는 카지노는 자본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고 삶의 이유이죠. 어떻게든 손님을 잡아놓기 위해 속도를 빠르게 운영해야만 합니다. 이곳에서의 인간은 삶의 목적과 의미, 자신의 본성과 개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치 기관차의 부품처럼 끊임없이 일에 빠지고 게임에 취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고, 때론 그것에 희열을 느끼며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 방영 중인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카지노>와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드라마보다 연극이 이래서 더 재밌다, 세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1. 드라마 <카지노>는 화면으로 보고 즐기지만, 이머시브 <카지노>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깨닫게 되어 더 재밌습니다.
2. 드라마는 매력적인 손석구를 볼 수 있지만, 연극은 매력적인 딜러 혁이와 직접 대화하고 교감 할 수 있습니다.
3. 드라마는 시청자가 사건에 개입할 수 없지만 이 연극은 관객이 배우가 되어 모든 장면에 개입하고 관여할 수 있습니다."
- <카지노> 예매를 고민하는 관객, 혹은 이미 예매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능동적이며 트렌드에 민감 관객이라면 꼭 보셔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여러분들께 이머시브씨어터라는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다음은 배우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