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의 한 장면.
넷플릭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에 그리스 섬에 도착한 이들은 마일스가 뿌려주는 약물 하나만으로 마스크에서 해제된다. 거기에 마일스, 그가 만든 '글래스 어니언'은 그 기술력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의 결집체이다. 그리고 화장실의 마티스로부터 시작해서 건물 곳곳에 세계 명화가 걸려있고, 그 정점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다. 첨단 경비 시스템으로 보호되는 모나리자.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루브르 박물관에 돈을 좀 주고 빌려왔다며, "모나리자와 한 호흡에 같이 언급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마일스가 말한다.
그렇게 맘만 먹으면 모나리자도 사올 수 있는 억만장자, 그런데 그가 우정이라며 초대한 친구들, 그들의 얼굴이 복잡한 이유는 바로 그들이 모두 이른바 '마일스의 황금 젖꼭지'에 매달린 처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엄마로 정치에 나선 신선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 클레어, 하지만 클레어는 마일스의 정치자금이 없이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가 자신을 흑인해방운동가에 빗대어 매장될 뻔한 위기에 빠진 버디에게 돈을 대서 '스위티 팬츠'를 만들어 대박나게 만든 이도, 트위치에서 십대들에게 발기부전제나 팔다 쫓겨날 처지의 듀크를 당대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되도록 경제적으로 도운 이도, 라이오넬의 과학적 결과물이 돈이 되도록 만든 이도 모두 마일스였다.
그래서 그들은 마일스의 말 한 마디에 달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그 '황금' 때문에 마일스를 오늘에 이르게 한, 그리고 그들에게 마일스를 소개시켜 준 진짜 우정의 장본인을 배신하기까지 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죄의 카르텔'이기도 하다.
공범의 카르텔이자, 공동의 하수인인 모두는 또 저마다 마일스를 죽일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마일스의 돈으로 만든 버디의 '스위티 팬츠'는 방글라데시의 비인간적 공장에서 만들어 진 것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마일스는 그걸 버디가 책임지라 하고 있었다. 듀크의 애인 위스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마일스를 유혹한다. 더구나 마일스는 더는 듀크를 후원하지 않겠단다. 라이오넬이 개발한 새로운 연료 '클리어'는 그게 가정집 연료가 될 경우 전 미국이 불바다가 될 처지인데, 그걸로 발전소를 세우라 주지사 클레어를 위협하고 있다. 그들은 말이 우정 여행이지, 저마다의 위기를 어떻게든 막아보려 그곳으로 향한 것이다.
그렇게 '황금 젖꼭지'를 가진 마일스, 영화 속 가장 절정의 순간은 살인범이 밝혀지는 순간보다, 그런 최고의 억만장자, 최고의 시스템을 가진 글래스 어니언을 고안해낸 마일스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영화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냅킨에 그렸던 다이어그램을 본딴 듯한 범죄의 증거가 등장한다. 마일스의 의상이나, 등장하는 '현실 왜곡장' 운운은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 거기에 일론 머스크의 로켓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온갖 미국의 신흥 갑부들을 캐릭터로 구축한 마일스, 그런 그가 알고보니 동료의 아이디어를 강탈하는 협잡꾼에, 단어 하나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말이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도 그럴 듯한 미사여구로 떠들어 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탐정 브누아 블랑은 조력자 여성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후, 진실이 밝혀지고, 유리로 만들어진 사상누각은 말 그대로 와장창 무너져간다. 영화는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오늘날 미국의 부가 바로 이 '글래스 어니언' 아니겠냐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