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디토' 뮤직비디오
어도어(ADOR)
이 노래에 달린 많은 댓글을 보다가 내 마음 같은 글을 하나 발견했다. 길지도 않은, 딱 네 글자로 된 코멘트였다. 디토감성. 노래 제목 뒤에 감성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하나의 고유어를 만들어도 납득이 될 만큼 '디토'는 그만의 유일한 감성이 있는 노래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쓴 이도 있었다.
"이게 내 캐럴이라고…"
누군가 역시도 "노래에서 연말 분위기 나는 게 너무 신기하다. 캐럴보다 더 많이 들었다"라고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공허하면서도 따뜻하고 쓸쓸한 겨울, 연말의 분위기와 '디토'가 지닌 감성이 유사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2022년 겨울엔 캐럴이 이 노래에 조금은 지분을 뺏기지 않았을까.
'디토 감성'에 젖은 한 음악팬은 "이 곡을 듣고 어린 시절 살았던 집, 다니던 학교, 학원들을 로드뷰로 찾아봤다. 없어진 곳도 있고, 바뀐 곳도 있고… 나도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추억이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이 뮤비만 보면 자꾸 눈물 나. 왜 이렇게 슬플까"라고 쓴 음악팬의 글도 있었다. 다음과 같은 한 마디는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보고 싶다. 내 첫사랑."
이런 감성을 자아내는 데는 미니멀하고 담백하면서도 아련한 멜로디가 큰 역할을 한 듯하다. 단조로운 멜로디와 리듬인데도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중독성을 지녔다는 점이 흥미롭다. 처음엔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담백해서 좋고, 들을수록 자꾸 더 듣게 된다는 반응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멜로디뿐 아니라 가사도 '디토 감성'에 한몫 했는데, 검정치마와 우효가 작사에 참여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훌쩍 커버렸어/ 함께한 기억처럼/ 널 보는 내 마음은/
어느새 여름 지나 가을/ 기다렸지 all this time
특히 '아침은 너무 멀어'라는 가사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다. 뉴진스의 이전 곡 'Hype boy' 노랫말 중 '내 지난날들은 눈 뜨면 잊는 꿈'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게 짧지만 굉장히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아침은 너무 멀어'도 그런 킬링 포인트가 되는 가사처럼 여겨진다.
참고로 이 곡의 제목 'Ditto'는 '나도', '나도 그래'라는 뜻이라고 한다. 왜인지 설명할 순 없어도 이 노래를 듣고 나서 "나도 그래..."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그게 바로 '디토 감성'과의 조우 아닐까.
편안하면서도 유니크한 노래와 분위기로 K팝의 색다른 페이지를 쓰고 있는 뉴진스. 내달 2일 발매하는 싱글앨범 < OMG >의 또 다른 수록곡도 기대해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