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작곡가
아창제
"오케스트라 곡이지만 국악 연주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기법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오는 2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14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아래 '아창제')에서 선보이는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표놀이(Note-Play for solo Viola and Orchestra)'를 작곡한 최진석(40)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상명대학교와 연세대학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아창제가 끝난 직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작곡 경연대회인 '스위스 바젤콩쿠르 파이널'에서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후보자로 올라갔다. 정통 클래식의 대편성 곡을 만드는 데 한국음악의 연주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의 고백은 이번 연주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한국 악기 연주법 중 하나인 시김새(추성과 퇴성)는 국악 연주자들이 항상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 음악에는 보통 즉흥적인 요소가 많잖아요? 똑같은 '아리랑'이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바이브레이션이나 비브라토를 폭 넓게 사용하기도 하고, 또다른 연주자는 꾸밈을 추가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제 곡에서도 솔로 독주자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 악보론 기보되어 있지만, 한국음악에서 시김새의 즉흥성을 많이 가미했습니다. 제멋대로인 느낌을 말이죠."
'음을 가지고 논다'는 뜻을 가진 '음표놀이'를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도 시김새의 제멋대로인 특성을 대변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시김새는 올라가는 방향성을 가진 위로 꺾기인 '추성'과 아래로 꺾는 '퇴성'을 의미한다면, "현을 조롱한다"는 '농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비브라토'와 '바이브레이션'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 곡은 A–B–C-Coda 등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졌다. 이것은 악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형식을 구분하는 것이다. A에서는 시김새(추성, 퇴성)를 표현했으며, B에서는 농현을, C에서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음악적 요소를 표현했다. 그것은 앞서 표현했던 농현과 시김새의 성격을 같이 내포해서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란다. 이 덕분에 최 작곡가는 이 부분이 드라마틱하며, 이번 곡에서 클라이막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CODA는 A에 나왔던 요소를 짧게 반복함으로써 곡의 통일성을 주고, 앞을 회상하는 느낌으로 마치는 구조로 짰다. 더불어 곡에 대한 해석을 덧붙이면서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가진 층(layers)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보통 '층'을 멜로디라고 볼 수 있는데, 제 곡에는 멜로디가 없어요. 오케스트라에서는 수십 명의 연주자들이 한꺼번에 연주를 해요. 그래서 여러 개의 층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요. 혼자서 연주하면 딱 하나의 층만 쌓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케스트라는 여러 층을 쌓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지금까지는 여러 개의 층을 사용하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창작활동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번 협주곡에서는 복합적인 층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는 너무 많은 층을 사용할 경우, 독주가 드러나기 힘들고 묻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번 곡에서는 복합적인 층보다는 독주자를 위해서 오케스트라는 악기를 위한 배경에 머물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가 이번 곡의 제목처럼 비올라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이렇게 설명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현악기를 위한 콘체르토는 많아요. 반면에 비올라와 더블베이스를 위한 콘체르토는 상대적으로 적어요. 더구나 더블베이스같은 경우는 너무 저음이라 쓰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비올라를 위한 레퍼토리를 만들고 싶었고, 희소성을 위해서 쓰게 됐습니다."
그의 음악적 철학은 악기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주도 비올라를 위한 곡인데, 그것의 특징 중 하나가 시김새를 가미했는데, 그것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이 현악기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한국연주기법이지만 현악기에서도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주회를 위해서 떠오르는 비올리스트이자 아벨콰르텟 멤버인 문서현씨가 협연자로 참여한다.
최고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건 무엇과도 비교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