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이 열리는 경기장입니다974개의 컨테이너로 만들어졌다는 '스타디움 974'입니다. 밤이 되니 잘 만들어진 레고처럼 반짝이는 화려함이 압권이네요. 경기장 쪽으로 아바야를 챙겨입으신 현지인이 걸어가시길래 사진을 찍었어요.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그들이 지켜가는 예의를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요? 가끔 마주치는 축구팬들의 자유분방함에 깜짝, 놀라기에 또 잔소리 하나 얹어봅니다.
이창희
생각해 보면 2002년 월드컵은 축구팬으로서 굉장한 축복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월드컵 16강 진출을 한 것으로도 꿈만 같았는데, 내친김에 4강을 기적처럼 달려나갔다. 한국 팀의 모든 경기에서 그들의 골대 뒤에 서 있었고, 2002년의 기억으로 월드컵 원정 응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초보 축구여행자로서의 2006년 독일은 축구보다 첫 유럽의 경험이 주는 짜릿함이 강렬했고, 2014년의 브라질은 무기력한 경기력이 부끄러웠으며, 2018년의 러시아에는 독일전의 승리가 있었지만 무언가 아쉬웠다(안타깝게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두려움과 소심함으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2022년 카타르에 있다.
카타르에서의 경험들은 대부분 처음이다. 첫 겨울 월드컵이고, 코로나 이후의 첫 번째 월드컵이며, 개최국의 크기가 크기 않아서 한 도시에 베이스캠프를 정해놓고 관람하는 첫 대회이다. 여러 가지 걱정이 있었고, 처음이라는 생경함이 주는 두려움도 존재했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잘 즐기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어쩔 수 없이,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은 그대로 축구팬들의 자부심이 된다. 그래서, 이번의 월드컵 여행은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비록, 16강에서 맞붙은 브라질에 허무하게 무너지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의 대표팀은 무기력하지 않았고 당당했다. 덩달아, 나의 여행도 당당할 수 있었다.
월드컵 여행을 하다보면 수많은 세계의 축구팬을 만난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그룹이 있으니, 바로 중남미의 축구팬들이다. 언제나 최강인 브라질을 선두로, 수많은 멕시코의 가족들이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팬들은 월드컵의 현장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팬들이 잘 보이지 않네' 하는 생각을 가질 때쯤, 기적처럼 우리가 브라질과 16강을 치르게 됐고, 그 경기장에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