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엄마, 영순>의 한 장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영순씨는 바쁘다. 경마장 푸드트럭 사장님으로,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하루 늘어나는 통장 잔고를 보는 낙에 산다. 영순씨는 엄마다. 말 안 듣는 둘째 아들 소사랑 푸드 트럭 일도 같이 하는데 좀처럼 대화가 안 통한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아들이 말을 도통 안 듣는 데다 힘들게 번 돈을 자꾸 허투루 써버려서 골치가 아프다.
여기까진 여느 한국사회 중년의 엄마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영순씨는 탈북인이다. 남한 사회에서 '억척 엄마'의 생존기는 그리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다. 탈북인이 남한 사람과 똑같이 사는 건 얘기가 조금 다르다. 게다가 영순씨는 아들과의 일상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센' 캐릭터다.
북한에서 천재소리를 들었지만 2004년 아버지의 학대를 못 이기고 행방불명된 첫째형의 그늘 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소사는 억척 같은 어머니를 고마워하기는커녕 퉁명스럽기 그지 없다. 그와 반대로 친구들이나 목사님 가족에겐 또 세상에서 둘도 없을 '사람 좋은' 북한 청년 그 자체다.
이 모자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걸까. 이 모자의 남한 생활 적응기는 평탄할 수 있을까. 전작 <왕초와 용가리>에서 영등포 쪽방촌 구성원들에 카메라를 가져갔던 이창준 감독의 신작 <엄마, 영순>은 3년에 걸쳐 이런 흔치 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이창준 감독이 노숙자에 이어 탈북인에 카메라를 돌린 작품이라 할 만하다. 지난 EIDF2020 인더스트리 'KOCCA-EIDF Pitch' 부문에서 인더스트리 초이스 상을 수상하고, 올해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에 출품됐다(이 감독은 2018년 역시 DMZ 영화제에 출품됐던 <테이크 미 홈>은 의뢰를 받아 뒤늦게 합류한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영화제 기간이던 지난 9월 24일 첫 상영에 앞서 만난 이창준 감독은 "원래 제목이 '수퍼 노스 코리안'이었다"며 자신보다 많은 통장 잔고를 자랑하던 영순씨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2017년 남북정상회담이 예고되며 남북 평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덩달아 탈북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
10분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한 방송 취재차 만난 탈북인들 중 영순씨는 뭐가 달라도 달랐단다. 그 이후로 3년을 '팔로잉'했다는 '엄마, 영순'씨의 특별한 차별점이 도대체 뭐였길래 이 중견 다큐 감독은 얼마를 찍어야 '그림'이 나올지 짐작도 가지 않았던 탈북인 이야기에 매달리게 된 걸까.
'수퍼 노스 코리안'에서 탈북인 모자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