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한식 연대기>의 한 장면.
KBS1
다큐는 이렇게 정치와 함께 변화를 겪은 한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정치인들의 음식을 살핀다. 정치철만 되면 표를 얻고 싶은 정치인들은 시장으로 달려간다. 민심의 바로미터가 시장이기에 서민 음식을 잘 먹는 모습으로 자신들의 얼마나 서민을 위하는 정치를 잘 할 것인가를 증명한다. 이른바 '서민 코스프레', '정치국밥'이란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그런가 하면 그들의 음식을 통해 그들의 정치를 살펴볼 만한 정치인들도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YS 김영상 대통령과 DJ 김대중 대통령이다.
1993년 문민정부를 이끈 김영삼 대통령은 이른바 서민 음식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칼국수를 즐겨 먹는다. 소탈한 한끼 식사의 상징 칼국수는 YS가 이끌고자 한 개혁 정치의 코드로 등장한다. 또한 우리밀 살리기 운동 시절 대통령이 '솔선수범' 우리밀 칼국수를 먹음으로써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이념을 표상화' 시켜냈다.
그런가 하면 극심한 지역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된 DJ는 홍어를 즐겨 먹으며 호남의 맛을 세상에 알렸다. 김대중 대통령 덕에 인기를 얻은 홍어는 전라도만으로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남미, 칠레, 아르헨티나 홍어를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1993년 우르과이 라운드를 기점으로 한 쌀 시장 개방에서부터 시작된 다양한 식자재 시장의 개방이 있다.
정치인이 즐겨먹는 음식만이 아니다. 국빈 만찬 등 국가적인 한식의 밥상은 독도 새우라든가, 미국산 소고기 등에서 보여지듯이 다양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통로가 된다. 서로 다른 정치적 색을 가진 정치인들을 모아놓고 먹는 '비빔밥'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즐겨먹게 된 갈비류, 식당에서 만나는 스테인레스 밥그릇, 그리고 무심코 선택한 짜장면을 비롯한 칼국수, 수제비 등의 밀가루 음식들, <한식 연대기- 1부 정치의 맛>은 그런 익숙한 한식들이 외람되게도 우리 현대사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 백성은 먹을 것을 으뜸으로 삼는다. 그러기에 위정자는 백성의 음식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사기>의 구절을 내세운 아카이빙 다큐, 과연 우리가 지나온 현대사는 저 <사기>의 문구를 실현한 시절이었을까? 아카이빙에 대한 회고와 감상을 넘어, 우리 현대사에 대한 다양한 소회를 불러일으키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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