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나의 그르메>
정보경
가사가 없는 몸의 언어가 행한 성찰과 고백은 대중가요처럼 뚜렷하진 않아서, 그것이 무엇에 관한 고백과 성찰인지 헷갈릴 수 있다. 무턱대고 공연을 본다면 소녀와 그림자로 보기보다는 2% 혹은 20% 부족한 미녀와 야수로 볼 수도 있다. 이때 제목의 도움을 받는다. 관객은 여자 무용수와 곰 얼굴을 한 남자 무용수가 펼치는 동작과 몸짓을 통해 소녀의 자기 탐색과 성장을 유추한다.
여기서 그림자는, 공포의 매개체가 아니라는 게 확실할뿐더러 구성상 실체로부터 분리된 그림자라는 것 또한 확실하다. 소멸하지 않은, 분리된 자신의 그림자이다. 극의 전개를 위해 그림자는 명확한 실체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정확하게는 분신 비슷한 의미 부여이다. 그러한 분리에도 둘은 대립하거나 분열하지 않는다. 대립하거나 분열하지 않도록 연출됐다. 대화하며 고양된 종합을 향해 가기에 그르메는 친구와 다를 것이 없다.
그림자를 독자적인 무용수로 등장시켰기에 춤이 조금 더 극의 성격을 띠는 것은 불가피하다. 서사가 존재하는 무용이 된 만큼 서사의 느낌이 결정되어야 한다. 정보경은 공연에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부여하면서 유머를 묻혔다. 약간의 쓸쓸함이 무대 전반에 깔리지만 넘치는 에너지를 품어내며 위트가 풍기는 발랄한 기운을 발산하기에 관객은 쓸쓸함이 주는 의미와 활기참이 주는 즐거움을 같이 향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