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폰기 클라쓰>의 한 장면.
티빙
<이태원 클라쓰>는 <사랑의 불시착>과 함께 2000년 이후 일본 내 K-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해 왔다. 장기간 넷플릭스 순위를 점령한 만큼 일본 현지에서 팬덤을 구축했고, 여러 일본 상업 방송사가 리메이크 판권 구매에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이태원 클라쓰>의 판권은 결국 7시즌까지 이어진 인기작 <닥터 X 외과의 다이몬> 시리즈와 <형사 7인> 및 <유류 수사> 시리즈 등 다수의 인기 수사물을 보유한 TV 아사히가 가져갔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7월 방영에 돌입한 이 일본 리메이크 과정에 국내 콘텐츠 회사들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롯폰기 클라쓰> 국내 방영에 돌입한 티빙은 "한국판 드라마를 제작한 SLL(전 JTBC스튜디오)과 웹툰 원작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TV아사히의 한일 공동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탄생했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작 자회사 크로스픽쳐스도 함께 참여하여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한국 드라마의 일본 리메이크에 드라마 제작사와 원작인 웹툰 제작사가 참여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실제 <롯폰기 클라쓰>는 크레딧에 '한일 공동 프로젝트, 조광진 & 김성윤 &크로스픽처스 팀 협력'이란 자막을 포함시켰다. 김성윤 감독은 <이태원 클라쓰>을 연출했고, 조광진 작가는 앞서 제작된 동명 웹툰을 만든 웹툰 작가다.
평균 9~10회 차에서 마무리되는 '일드' 편수와 달리 <롯폰기 클라쓰>는 13회 방영을 예고 중이다. 전체 16회차로 마무리된 <이태원 클라쓰>의 이야기 구조를 염두에 둔 배려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뚜껑을 연 <롯폰기 클라쓰>에 대한 현지 반응은 방영 전 받은 주목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은 1회 9.6%로 출발, 7%까지 추락했다 최근 4회가 8%로 올라섰다. 일본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OTT나 실시간 시청에 밀려 전통적인 시청률 수치에 대한 권위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방영 전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롯폰기 클라쓰>의 실제 시청률은 실망수치라는 현지 반응이 우세하다.
원작의 박새로이(박서준)를 연기하는 타케우치 료마는 TBS 일요극장 <테세우스의 배>의 주연을 맡은 등 주목받는 젊은 남성 배우다. 여기에 조이서(김다미) 역은 아이돌그룹 케야키자카46 출신인 히라테 유리나가, 오수아(권나라) 역은 <코드 블루> 시리즈의 아라키 유코가 맡았다.
이렇듯 배우들의 중량감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의 드라마 리메이크 역사에 있어 분명 흔치 않은 화제작은 왜 원작의 후광 효과와는 거리가 멀어졌을까.
<'이태원' 못넘은 '롯폰기'..'클라쓰' 없고 조롱거리 전락> - 지난 7월 26일 <스포츠경향>
<일본판 이태원클라쓰 공개됐는데.. 한국 원작 역주행> - 지난 7월 30일 <국민일보>
<일본판 '이태원 클라쓰'…"원작 패러디물" 혹평> - 2일 <스포츠동아>
국내 방영 전 혹평부터 보도됐다. 일본 현지 반응이나 국내 일본 드라마 팬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등에서도 같은 반응이다. 실제 <롯폰기 클라쓰>는 리메이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이태원 클라쓰>의 복사판이란 혹평에 시달리는 중이다. '일드'를 국내 리메이크한 일부 작품에 쏟아졌던 혹평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공개된 작품만 놓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태원 클라쓰>를 본 시청자들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차고 넘친다. 이미 지난 2년간 강력한 팬덤을 누리면서 일본 언론이 <이태원 클라쓰>를 숱하게 분석했다.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등에서도 갖가지 감상평과 패러디가 넘쳐났다.
그런 만큼 '원작의 재해석'은 기본이요, 일본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비장의 무기'처럼 준비해 놔야 했을 터. 안타깝게도, <롯폿기 클라쓰>는 타케우치 료마가 <이태원 클라쓰> 속 박서준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한 것만큼이나 철저하게 원작의 포인트를 그대로 따라간다.
단순히 인물 구도나 전체 서사 구조 및 주요 사건을 가져오는 일반적인 리메이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쉽게 말해 <이태원 클라쓰>의 총체적인 '아우라'를 롯폰기로 '이식'한 수준이다. 재해석과 달리 일본 현지에서 '패러디물'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명배우 카가와 데루유키를 제외하고, 일본 배우들의 연기 및 설정 또한 원작 캐릭터의 일본어 연기 수준이다. 출발부터 캐릭터를 구축한 연출 의도 자체가 재해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드'와 '한드'의 전반적인 호흡 차이도 고려돼야 할 요소다.
쉽지 않은 한일 드라마 리메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