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아의 딸> 스틸컷
인디스토리
연수는 불법 촬영물 유포로 직장을 잃고 하루아침에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동영상은 성인 사이트에 유포되었고 삭제해도 되살아났다. 사비를 털어 디지털 장의사를 고용하는 것도 혼자서 해야 했다. 다수가 한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는 교사라는 직업은 유지하기 힘들었다.
스스로 동굴 속으로 들어갔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어렵게 재택근무로 온라인 강사 자리를 얻게 되었지만 얼굴을 노출하지 않고 수업하는 극도의 예민한 교사가 되어갔다. 누구라도 내 얼굴을 알아보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 혹시 보복이라도 당할까 싶어 이사 가야 했으며, 인간관계마저 끊을 수밖에 없었다.
왜 사회는 피해자인 여성이 모든 아픔을 끌어안아야만 할까. '네가 빌미를 준거야'라는 가족과 사회의 낙인이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영화 속에서 연수는 항상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가장 실망스러운 말을 꺼낼 때 어땠까. 그로 인한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연수는 주저앉지 않는다. 큰일을 겪고도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기보다 어려운 한 발을 내딛기 위해 용기 낸다. 과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시선이 오히려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이 영화의 장점은 피해의 고통 묘사를 전시하고 있지 않음이다. 그저 실제로 겪은 것만 같은 사실적인 에피소드로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곱씹게 하는 힘이 있다. 큰 실망으로 멀어졌던 모녀가 거리를 두고 진심을 알아가며 얻는 용기가 스크린을 뚫고 전해진다. 천천히 모녀의 뒤를 따라오는 관객이 뒤처지지 않게 간격을 맞추며 돌아보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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