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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 전과 13범 '개진상', 강형욱은 고민에 빠졌다

[TV 리뷰] KBS 2TV <개는 훌륭하다>

22.05.31 14:32최종업데이트22.05.3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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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KBS
 
솜사탕처럼 새하얀 털을 가진 스피츠는 한때 집안의 부와 명예를 상징했는데, '애완견'이라는 말 그 자체였던 견종이다. 스피츠는 독일 출신과 일본 출신으로 분류된다. 독일 스피츠는 상인들의 물건을 지키는 역할을 했고, 일본 스피츠는 집을 지키는 경비견 임무를 맡았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견종은 후자이다. 예민한 청력에 높은 경계심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30일 방송된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스피츠와 진도 믹스 하키(수컷, 18개월)였다. 의류 매장 뒤 테라스에서 발견된 하키는 입질 전과 13범이었다. (사전 답사 때만 해도 9범이었지만, 그새 전과가 늘었다.) 사장인 아들 보호자는 하키와 함께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하키는 잠시 쉬러 온 매장 직원에게 공격적으로 짖어댔다. 직원들은 그런 하키를 '개진상'이라 불렀다.

더 큰 걱정은 따로 있었다. 집에서 하키와 즐겁게 놀아주는 아빠 보호자와 달리 엄마 보호자는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굳은 표정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고 있었다. 한 달 전 사전 답사 당시만 해도 둘은 짝꿍처럼 살가운 관계였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엄마 보호자는 하키가 갑자기 자신을 물어 배신감을 느끼게 됐고, 심지어 무서워졌다고 털어 놓았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KBS
 
결국 하키를 작은방에 격리시켰지만, 분리불안이 있는 하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빠 보호자도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어쩌겠는가. 엄마 보호자는 하키를 데려오라고 말했다. 참고 견디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산책시 예고 없는 발현되는 공격성이었다. 전조 증상 없이 변하는 탓에 셀 수 없는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갑자기 가족을 물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장도연)
"갑자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는데, 나이대를 들어보면 한 살 반? 그때 보통 시작이 되거든요? 안 그랬던 개가 갑자기 그랬다기보다 점점 공격성을 띠는 과정에서 이제 할머니 보호자를 문 것 같아요." (강형욱)


강형욱을 만난 하키는 유독 경계를 심하게 했다. 아들 보호자가 통제해도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하키가 강형욱을 향해 앞발을 들며 달려들자, 강형욱은 목줄을 좀더 짧게 잡으라고 요청했다. 한참 후에도 경계가 누그러지지 않자, 거실 산책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들 보호자가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아 실질적 위협이 되는 거리까지 가까워졌고, 강형욱은 이를 질타했다. 

강형욱은 "어떤 개가 30cm 안까지 들어와서 위협한다면 들고 있는 것으로 휘둘러 막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보호자의 적극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키가 계속해서 짖자 강형욱은 의자를 밀쳐 강하게 압박을 가했다. 서로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강형욱이 거듭해서 경고를 하자 하키는 몸부림을 쳤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티던 하키가 조용해졌다. 

하키의 심리가 궁금했다. 강형욱은 하키 입장에서 "죽을래?"라고 위협을 했는데, 상대방이 되레 "죽여봐!"라고 더 강하게 반박을 하니 당황한 것이라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사장 개니까" 하키의 위협에 다들 움츠러 들었지만, 강형욱은 달랐다. 그러자 하키의 짖음이 달라졌다. 좀전까지는 공격적이었지만, 지금은 보호자들을 향해 "우리는 한 편이지?"라고 동조를 구하고 있었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KBS
 
강형욱은 지금 한편이라고 인정을 해주면 그 다음에는 "저 사람 물어버릴까?"라는 제안을 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키와의 관계에 있어 선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뻐하는 건 금물이다. 강형욱은 하키가 어렸을 때부터 짖음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했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면 민첩한 아빠 보호자가 하키가 느끼는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해결해줬을 터였다. 

"걱정되는 게 하나 있어요. 엄마 보호자를 물까봐 걱정돼요. 저한테 화를 못 내니까 화를 낼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강형욱) 

강형욱은 고민에 빠졌다. 무슨 까닭일까. 아빠, 엄마 보호자를 안방으로 들여보낸 후 아들 보호자와 진지한 상담을 진행했다. 강형욱은 만약 아빠, 엄마 보호자가 젊다면 훈련을 진행하겠지만, 연세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게다가 엄마 보호자는 한 차례 물린 탓에 트라우마까지 있는 상태였다. 이대로 훈련을 진행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강형욱은 애정이 많은 보호자들의 성품과 하키의 기질이 마찰을 일으킨다는 점을 설명했다. 노인들과 잘 맞는 개가 있는 반면, 하키는 사랑을 주면 지배하려는 성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람을 더 세게 물 가능성이 다분했다. 학습이 되면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대로 두면 하키의 '전과'는 더욱 늘어날 게 뻔했다. 강형욱은 하키를 아빠, 엄마 보호자와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KBS
 
다행스러운 점은 매장 뒤 테라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테라스를 직접 확인하고서 견사가 너무 넓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절반 정도면 충분한데, 완벽한 시야 차단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하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매장 직원들도 불편 없이 테라스를 활용하기 위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또, 직원들에게도 만지거나 예뻐하지 않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강형욱은 하키가 공격적인 개가 아니라 '엄청난 투덜이'라면서, 부분별한 자유가 공격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예의 없는 문제 행동을 하면 보호자가 바로 잡아주는 것이 보호자의 몫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산책을 할 때 나타나는 공격성을 없애기 위한 훈련도 진행됐다. 빠른 습득력을 지닌 하키는 훈련을 통해 확연히 달라졌다. '개진상'이라 불렸던 하키의 변화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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