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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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사랑을 이겼다
그런데 늘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응원을 하겠다던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이라는 틀 속에 담기자 엇나가기 시작했다. 서로의 앞날을 응원만 하던 관계에서 서로에게 부담을 지우는 관계가 된 것이다. 국가 대표 선수와 가장 바쁜 사회부 기자는 서로에게 자꾸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는 사이가 됐다. 서로를 한없이 응원하던 두 사람이 이제 그들의 존재로 인해 더는 사랑할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미덕은 IMF라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무너진 집안의 무게를 짊어진 젊은이와 그저 가진 것이라고는 펜싱을 좋아하는 마음뿐이던 고등학생이 서로를 응원하며 동지애 이상의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판타지에 있지 않았던가.
드라마는 그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IMF라는 어려운 시절에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씩씩한 연인들을 등장시켜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아 놓더니, 15·16회차에 이르러 갑자기 현실을 말한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 전화 한 통없이 사라진 백이진을 1년 넘도록 기다렸던 나희도가 이제 와서 갑자기 앵커였던 엄마의 기다림을 견디느라 힘들었다며 9.11 테러 현장으로 파견나갔던 백이진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제작진 역시 자신들이 설정한 현실적인 결말에 개연성을 부여하고자, 두 사람의 이별을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두 사람의 이별에 물음표가 붙는다. 저 둘은 그렇게 사랑하면서 왜 이별을 택했을까.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젊은 시절의 그 선택들을 16회 나이 든 희도가 '연습'이란 말로 '퉁'쳐버리는 장면이다. 젊음은 연습일까? 그렇다면 여전히 나이가 들어서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삶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엄마가 된 희도는 마치 세상을 달관한 것처럼 말한다. 사랑과 우정이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노라고.
물론 존재가 사랑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도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나희도와 백이진의 대책 없이 순수하고 긍정적이던 젊음과 사랑이 예뻤다. 울며 불며 이별하겠다는 두 사람을 보며 눈물지으려 했던 게 아니다. 여운조차 느끼지 못하게 구구절절 이별에 대한 개연성을 설득하려 애쓴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결말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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