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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초보 감독, 악동들이 일궈낸 반전 우승

[KBL] 서울 SK나이츠,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 역사상 3번째

22.04.01 14:14최종업데이트22.04.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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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서울 SK 경기. 서울 SK 선수진이 정규리그 우승을 축하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31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서울 SK 경기. 서울 SK 선수진이 정규리그 우승을 축하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SK가 2021-2022시즌 남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SK는 지난 3월 31일 고양 오리온과 벌인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92대 77로 승리, 시즌 성적 39승 12패로 남은 세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1위를 확정했다. 원주 DB와 공동 1위를 기록했던 2019-2020 시즌 이후 2년 만이자, 구단 역사상 3번째 정규리그 1위다.
 
SK는 전통의 강호이자 인기팀으로 꼽히지만 지난 시즌에는 8위에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기술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문경은 전 감독에 이어 팀 지휘봉을 잡은 전희철 감독은 팀을 불과 1년 만에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사령탑 데뷔 첫해에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것은 전희철 감독이 역대 4번째다. 특히 감독대행 경력 없이 곧바로 정식 감독에 올라 1위를 이끈 사례로 범위를 좁히면 최초다.
 
'농구대잔치 세대'가 배출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전희철 감독은, 경복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전주 KCC-서울 SK 등에서 선수생활을 보내며 1990-2000년대 '에어본'이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특급 파워포워드였다.

2001-2002 시즌에는 오리온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했고, 국가대표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하며 1997년 ABC대회(현 FIBA아시아컵) 우승과대회, MVP와 2002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획득했다. SK와는 선수경력 말년에 이적하여 마무리를 함께했고, 은퇴후에는 전력분석원-코치-2군 감독으로 다양한 지도자 경력을 쌓은 끝에 감독의 자리에 오르며 전임 문경은 감독과 동일한 행보를 걸었다.
 
전 감독은 나이와 경력, 지명도 등을 감안하면 감독 데뷔는 오히려 매우 늦은 편이다. 현재 KBL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대부분 40대 초반에 첫 지휘봉을 잡았지만, 1973년생인 전 감독은 한국 나이 50세에야 처음으로 사령탑에 올랐고, 나이로는 현재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 중에서 고려대 후배인 이규섭 서울 삼성 감독대행을 제외하고 정식 감독으로는 가장 어린 막내 감독이다.

하지만 전 감독은 데뷔 첫 시즌부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며 자신이 '준비된 감독'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전희철 감독은 전임자를 문경은 전 감독과 선수로 말년에 한솥밥을 먹은 것을 물론 코치로서도 무려 10년간 보좌하며 착실하게 지도자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팀 내부 사정과 문화, 선수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는게 강점이었다. 안정속의 변화를 추구하려고 했던 SK 구단이 전희철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긴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문 감독도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대체한 후배에게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며 이상적인 감독교체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다.

시작과 동시에 우승권의 탄탄한 전력을 물려받은 것은 초보 감독에게 큰 축복이었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의 부진이 전력보다는 내부적인 문제였다고 판단하고,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전 감독의 표현대로 전임 감독 시대의 주축 선수들과 팀컬러를 연속성 있게 계승하면서 기존의 장점을 되찾는 '보수 공사' 역할을 자처했다.

SK는 지난 시즌 기량과 멘탈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퇴출설이 유력하던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를 재신임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최준용과 김선형을 중심으로 SK의 강점인 드롭존과 속공 위주의 공격 농구를 부활시켰다. SK는 전희철 감독의 첫 데뷔전이었던 KBL 컵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전희철 감독은 매 경기 초보 감독답지 않은 안정된 경기 운영과 빠른 상황 판단으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31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서울 SK 경기. 서울 SK 전희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우승축하 박수를 보내고 있다.
31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서울 SK 경기. 서울 SK 전희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우승축하 박수를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정규리그에서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1라운드를 7승 2패로 마치며 선두권에 올라섰다. 2라운드 들어 5승 4패로 주춤한 틈에 9연승을 질주한 KT가 한동안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3라운드 후반부터 구단 역사상 최다연승 신기록인 파죽의 15연승을 질주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에 위기도 찾아왔다. 5라운드 후반 핵심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와 베테랑 가드 김선형이 나란히 부상으로 빠졌다. 주전 두 명의 공백 속에서도 최준용과 안영준이 분전하며 선두 수성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난 19일에는 선수단 코로나 집단감염이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전희철 감독 포함 코치진도 코로나에 걸린 탓에 마지막 매직 넘버 1을 쉽게 지우지 못했고, 그 사이 7연승 행진을 이어온 KT에게 3게임 차까지 추격을 당하기도했다.

하지만 SK는 김선형의 복귀전이었던 31일 오리온 전에 단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으면서 12일 만에 1승을 추가하며 끝내 자력 우승을 일궈냈다. 안영준이 3점슛 7개포함 무려 29득점을 폭발시켰고, 최준용이 22점 4어시스트 5리바운드, 김선형이 19점 6어시스트, 리온 윌리엄스가 1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올시즌 SK 돌풍의 주역으로 꼽히는 최준용과 자밀 워니는 각각 강력한 국내-외국인 선수 MVP 후보로 급부상했다. 두 선수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SK 부진의 원흉 취급을 받으며 '악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실력과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과도한 돌출 행동으로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야말로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워니는 현재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평균 22.5점으로 득점왕이 유력하고 리바운드도 12.8개로 전체 2위다. 첫 외국인 MVP 타이틀을 수상했던 2년 전(20.4점, 10.4리바운드)보다 더 향상된 기록이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최준용은 16.3점, 3.6어시스트, 5.9리바운드로 특유의 다재다능한 면모를 마음껏 뽐냈다. 가드 역할도 가능한 패스와 볼운반 능력에, 빅맨이 아님에도 경기당 블록슛이 1.1개로 국내 선수 1위일 만큼 공수 전반에 관여도가 높다.

완전체 전력을 유지하던 전반기에는 공격보다 스크린플레이와 수비 등 벤치의 주문에 따라 궃은 일에 충실했다면, 김선형과 워니가 결장한 시즌 후반기에는 안영준과 원투펀치를 위하여 득점에 앞장섰다. 최준용의 자신감과 개성을 권위적으로 억누르지 않고 믿음을 보여준 전희철 감독과의 소통도 최준용이 한층 성숙해진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팀이 정규리그 우승까지 확정하면서 팀 성적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은 최준용은 현재 가장 강력한 MVP 후보다.

내친김에 SK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팀의 첫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SK는 두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1999-2000, 2017-2018시즌)을 차지했던 시즌에 모두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고, 공교롭게도 구단 역사상 첫 1위를 차지했던 2012-2013시즌에는 챔프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4전 전패를 당했고, 2019-2020시즌에는 DB와 공동 1위를 기록했으나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되며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했다.
 
컵대회 우승까지 포함하면 SK는 KBL 역사상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도 있다. 정규리그 막판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준 수원 KT, 상대전적에서 SK에 앞선 '천적' 안양 KGC 등이 SK의 통합우승을 견제할 유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화려한 재건에 성공한 SK 전희철호가 플레이오프까지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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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SK 전희철 최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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