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오푸스의 프랑크 오중주는 관객의 영혼을 파고들었다. 왼쪽부터 김다미(제1바이올린), 백주영(제2바이올린), 일리야 라쉬코프스키(피아노), 김상진(비올라), 심준호(첼로)
OPUS
인터미션 후의 프랑크 <피아노 오중주 F단조>는 관객의 영혼을 파고들었다. 피아노에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제1바이올린 김다미, 제2바이올린 백주영, 비올라 김상진, 첼로 심준호. 1악장 시작의 모든 악기가 강렬하게 시작해 길게 추진하며 뛰어내려와 무언가를 파내는 것 같은 음산하고 숙명적인 주제가 끊임없이 격정적으로 반복된다. 그 속에서 대조적으로 피어오르는 피아노 선율은 이 꿈 같은 순간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음악은 느끼고 배우는 것이다'라는 당위적인 명제가 떠올랐다. 오푸스의 티저영상에서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의 프랑크 오중주 도입부 영상을 보았었는데, 그 느낌이 본 공연에 이어지며 소규모 피아노 협주곡 같기도 한 이 곡의 파워와 악기 둘씩 짝을 지어 서로 응집력있게 겨루며 밀도있는 연주로 이뤄지니 공연장의 모든 관객이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매우 집중해있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1악장 처음에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왼손 반주 아르페지오가 음 하나하나를 들리게 하기보다 물결로 화성이 느껴지게 치는 편이라서, 1부 김규연의 더 명확한 연주와 대비되었기 때문에 그의 톤에 포커스를 가지고 연주를 들어보았다. 2악장에서 새로운 톤, 또 3악장으로 갈수록 더 표현성이 짙고 명확해지고 있었는데, 앵콜곡에서는 완전히 표면에서 리드하고 있어서 그의 연주톤은 4개의 층위, 실로 그 이상 다양하구나 감탄스러웠다.
1악장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처럼 피아노는 전음역을 오가며 파워와 기교가 넘치는데 이것이 사실은 현악4중주 강렬한 유니즌 선율의 배경으로 들려야 하기 때문에 1악장에서 라쉬코프스키가 톤을 낮춰서 연주한 것이리라. 2악장 피아노의 잔잔한 화음 위에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인상을 주며, 피아노가 동반되는 첼로의 선율이 마음을 적신다. 3악장 모든파트가 숨죽여 트레몰로를 하는 위에 피아노가 앞 악장보다 명확한 톤으로 노래를 시작해 선율은 점음표의 민속풍과 신비로운 페스티벌 분위기로 속주하며 화려하게 연주가 끝난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 속에 앵콜곡으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오중주 3악장, 스케르초>가 연주되었다. 나치가 러시아를 침공하기 직전 전쟁에 반대하는 마음으로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곡으로 최근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를 생각한 의미있는 선곡이었다. 현악기의 춤곡풍 위에 피아노 왼손의 저음과 극고음의 옥타브가 망치소리처럼 서로 이질적으로 항의하는 듯이 들렸다. 사실 이날 첫곡 펜데레츠키 작곡 류재준 편곡의 <샤콘느> 또한 전쟁의 아픈 영혼을 달래는 선곡으로 이날 연주회는 수미상관을 이루었다.
앙상블 오푸스의 연주회를 지난 몇 년간 계속보았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선율의 완급이나 파트간 응집력이 더욱 정확하고 조화롭게 느껴졌다. 기획사인 OPUS와 음악감독 류재준이 클래식음악 연주의 영역과 현대음악 창작음악 레파토리 사이를 연결하며 중요한 역할을 해왔구나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오푸스는 다음일정으로 5월 1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노 리사이틀 <하모니, 리듬 그리고 컬러>를 진행한다. 이번 공연에서의 다양한 층위의 연주톤이 독주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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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