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꾼> 스틸컷
(주)리틀빅픽처스
워낙 남북관계가 가변적이라 원래의 합의대로 다 찍을 순 없었다고 한다. 약 30명의 인원이 북한에 들어가서 촬영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론 2019년 사전답사 팀만 3주간 촬영한 뒤로 다시는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기본 촬영 때 혹시 모르니 4K로 찍어달라고 스태프에게 부탁했다. 그게 참 다행이었다. 북미 회담 합의가 결렬돼서 결국 그 분량만 활용하게 됐으니 말이다. 남북 길이 열리면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다. 최근까지도 우린 메일을 보내고 있다. 거기서도 확인은 하고 있더라.
회담 때 서로 정들어서 형 동생하고 지냈거든. 그때도 우리가 정치하자는 것도 아니고 영화하자는 건데 잘되면 양쪽에서 동시에 개봉하면 좋지 않냐라는 말을 서로 하곤 했다. 그 말하면서 북측 인사는 울기도 했다. 그분이 제가 만든 <귀향>이라는 영화를 알더라. 남에도 위안부 피해자가 있고, 북에도 있다더라."
판소리에 담긴 정체성
이처럼 오래 품어온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강한 조정래 감독은 스태프와 배우들 사이에서도 특유의 겸손한 자세로 대하며 신뢰를 쌓아온 걸로 유명하다. <귀향>이나 <광대: 소리꾼> 촬영 당시 보조출연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인사를 건네며 직접 연기 디렉션을 했다고 한다.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어떤 출연자분께선 절 붙잡고 이 영화가 잘 될거라고 하셨다. 보조출연만 30년째인데 당신 같은 감독 처음이라면서. 배우 대우를 받고 감독에게 직접 연기 지시를 받은 게 오랜만이라더라. 사실 그건 당연한 거잖나. 박철민 배우님도 이런 감독 처음 만나본다면서 촬영 때가 참 그립다고 하셨다. 이번에도 다시 후반 작업을 해야 하는데 대사 한 마디만 하고 가는 일정임에도 다들 기꺼이 오셨다, 제가 많이 귀찮게 해드렸지(웃음).
<광대: 소리꾼> 첫 장면부터 배우들에게 놀아달라고 말씀드렸다. 촬영 감독님 등 스태프분들에게는 음악을 미리 들려드리면서 준비했다. 카메라 선이 나와도 제가 지울 테니까 신명나게 놀아달라고 했다. 그게 나름 잘 담긴 것 같다. 장미여관 배상재씨가 동네 친구인데 술 한 잔 하면서 영화 얘길 했다. 첫 장면부터 너무 신나는 장면인데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 공연하는 분들은 그 마음을 아는 거다."
조정래 감독은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북치는 고수로, 영화만드는 사람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에서 분명 이 영화는 감독의 분기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의 기회를 주셨고 정말 제 모든 걸 갈아 넣었다. 자랑스럽다"고 그는 심경을 전했다.
"심청전이고 춘향전이고 그런 걸 떠나서 코로나 19로 고생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위로를 드리고 싶다. 진보나 보수를 떠나서 다들 고생이시지 않나. 여러 전통 예술 중 판소리는 민초들 이야기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이 영화가 말하고 있다. 우리 나라만큼 민주주의가 꽃 핀 나라가 또 있을까. 국민 의식의 실체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이 많고 한도 많은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말미.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하는 조정래 감독에게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를 공개지지한 이유를 물었다. 과거 그는 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당사자기도 하다. "영화계를 좌파로 규정하고 노골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던 전 정권이 무섭다"며 그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가 문화 예술 지원은 강화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그 원칙이 좋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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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