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사이즈 모델 및 바디소통가로 자신을 알리고 있는 조은별(Hinkchi studio 전세원 포토그래퍼와 개인작업).
조은별 제공
자신을 9년 차 패션 모델이자 보디 소통가라고 소개하는 대목에서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라고 밝게 덧붙이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해외에선 플러스 사이즈, 즉 55나 66 사이즈 이상인 옷을 입으며 자신을 드러내는 전문 모델이 제법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선 낯선 게 사실이다.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은별은 "플러스 사이즈라기보단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기자의 수식어부터 정정하며 웃어 보였다.
조은별은 2012년 데뷔 후 일본, 홍콩, 대만 등을 거치며 패션 및 광고 모델로 활동해왔다. YG 플러스라는 대형 모델 기획사 소속인 적도 있었고, 글로벌 에이전시와 협업해오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부터 그는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자 보디 소통가로 방향성을 잡고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스물 아홉, 아직 한창 활동하고 영역을 넓힐 시기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서툶의 자유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자기 직전까지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고민하는 데 지친 게 가장 컸다. 사실 오랫동안 고민한 건데 이제야 실천하기 시작한 거지. 마른 모델로 활동할 때 정말 체중 조절만 생각했었다. 제 키가 173cm인데 하루에 사과 하나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먹으면서 48kg을 유지하며 활동했지. 말 그대로 '연명'만 한 셈이다. 모델이라는 직업 자체는 너무 좋고 나와 잘 맞는데 마른 몸으로 건강을 망치는 것 때문에 그만두긴 싫었다."
2021년 4월 경에 내추럴 사이즈 모델을 선언하고 조은별은 곧바로 전시회부터 열었다. 하루에 건강한 세 끼를 먹고, 야식도 종종 먹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다는 취지였다. '서툶의 자유'라는 주제로 조은별은 자신의 몸을 사진에 담은 일종의 누드전을 열었고, 꽤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제 경력이 아마도 보디 소통가 선언 전후로 나뉠 것 같다. 어느 직업에나 사람들의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지만 모델엔 특히 색안경을 많이들 끼고 보시는 것 같더라. 소위 노는 걸 좋아할 것 같다거나, 지적인 면이 없어 보인다거나, 야채만 먹고 다닐 것 같다거나(웃음). 마른 모델을 할 땐 더 말라야 한다고 하던 사람들이 내추럴 사이즈를 한다고 하니 살을 더 찌워야 한다고 말하는 게 좀 아이러니기도 하다.
제가 이 길을 택한 건 미의 기준을 스스로 찾기 위함이다. 세상에 같은 얼굴과 같은 몸의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왜 모델은 특정 기준에 맞춰야 하나. 그리고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이런 고민을 평소에 많이 했다. 특히 한국은 성형도 일종의 유행을 탄다. 미의 기준이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지. 극도로 마른 몸에 자신을 비교하며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물론 지난 모델 활동을 전면으로 부정하자는 게 아니었다. 초중고교를 모두 일본에서 다녔던 그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피아니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하고 싶은 길을 택하겠다"며 돌연 한국으로 들어왔고, 치열하게 모델 데뷔를 준비했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 대만의 유명 가수 뮤직 비디오, 일본 내 몇몇 광고를 경험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