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상흔>영화 포스터
웨이브
2016년 필리핀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자국 내에서의 높은 인기에도 혐오와 차별적 언행, 인권 침해,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 다른 국가에 외교적 마찰 등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그가 펼치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은 면책특권의 보호 아래 경찰이 판결과 집행을 동시에 하는 초법적인 수단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에서 상영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천 개의 상흔>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이고 야만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이야기한다. 또,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정치 선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언론인)를 통해 필리핀의 정치 현실과 여론 조작, 언론의 자유를 되짚는다. 영화는 2019년 5월 치러진 필리핀 중간 선거를 중심으로 필리핀의 민주주의가 '천 개의 상흔으로 죽어가는(이 표현은 마리아 레사의 연설문에 등장한다)' 과정을 낱낱이 포착한다.
22년간 다바오 시장을 역임한 두테르테는 마닐라의 정치 엘리트들과 달리 아웃사이더였지만, "(국가를) 몽땅 바꾸겠다"고 약속하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대통령 취임 일성으로 "마약에 손대면 죽여 버린다"고 외쳤다. 그리고 세 시간 만에 거리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첫 번째 희생자가 발견되었다.
문제는 마약과의 전쟁이 초법적인 탓에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고 마약밀매 조직이 아닌, 중독자처럼 비교적 죄가 가벼운 사람까지 지나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집권 세력이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처단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한 인권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시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유발된 사망자를 다 합치면 무려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는 4500명에 불과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 사살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폭력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냉정하고 가차 없이 싸우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인권을 염려하겠죠. 저는 인명을 걱정합니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맞서는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