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브 도그
넷플릭스
변함없이 농장을 자신만의 '성채'로 유지하며 로즈를 정신적으로 옭죄어 가던 필, 하지만 변수가 등장한다. 방학을 맞이하여 로즈의 아들인 피터(코디 스밋 맥피 분)가 농장을 찾은 것이다.
두 사람은 이미 '구원'의 사이이다. 로즈의 식당을 찾은 필이 피터를 남자답지 못하다며 조롱한 것도 모자라 그가 정성스레 만든 종이꽃을 담뱃불 쏘시개로 써버렸기 때문이다. 엄마가 사준 청바지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등장한 피터를 여전히 필은 무시하지만, 그 무시하던 피터가 그만 필만의 비밀 장소를 엿보게 된 것이다.
연기로 치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필, 거친 카우보이의 외양, 하지만 그 한편에서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서 사연이 있는 듯한 스카프로 자신의 벗은 몸을 애무하는 필, 그 양극단의 인물이 바로 <파워 오브 독>의 '관건'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에이다의 욕망은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표출되었다. 칭송해 마지 않던 전설의 카우보이의 이름은 피터가 찾은 남성 나신이 게재된 잡지 속에 등장한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1925년은 미국에서 게리 쿠퍼와 존 웨인이 등장하는 서부 영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시대였다. 게리 쿠퍼와 존 웨인으로 상징되는 '남성다운 남성'이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시대. 그 시대에 동성애자로서 카우보이를 이끈 농장주로 살아가야 했던 필은 그래서 '마초'로 자신을 포장한다.
마초가 쏟아낸 혐오의 종말
손님을 초대한 동생이 형에게 부탁한 유일한 간청이 '제발 좀 씻어달라'가 되듯이, 동생조차도 깜쪽같이 속인 필의 '마초 코스프레', 하지만 그의 억눌린 '욕망'은 '혐오'라는 형태로 표출된다. 자신은 숨어서야 풀어내는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낸 듯한 피터는 그래서 용납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리고 집착인지, 가부장으로서의 보호인지 모호한 동생이 데리고 온 로즈는 인정할 수 없는 상대였다.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 구약 시편 22장, 20절
사회적으로 많은 심리적 '혐오'의 기원에 정작 그 '혐오' 대상에 대한 애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처럼, 필이라는 인물을 통해 제인 캠피온 감독이 집요하게 주목한 건 바로 그 혐오의 실체이다. 즉, 필에게 로즈는 자신의 정체성을 억누르면서까지 구축한 경제적 공동체를 위협하는 '개'의 세력이지만, 정작 필 그 자신이 '개'의 성정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