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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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집에서 샤워를 하다 친구의 아빠가 몰래 설치한 '차키 몰카'에 당한 여성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 사건 이후 피해자는 상담을 하고, 약물 치료를 해야할 정도로 피폐해졌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의 기소 이후 피해자는 사건에서 '관계자'로 배제되고 만다.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여 수사 진행 상황을 알 수도 있지만 정작 이런 현실을 활용하는 피해자는 드물다. 피해자가 모른 채 사건은 종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도 외려 변호사가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통계적으로 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 사건 중 불기소율이 43.5%나 된다. 기소가 된다 하더라도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단 2%, 지금까지 119명 만 징역형을 받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낮은 법원에서는 여전히 '대물'적, '대인'적 피해를 우선시 하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 그러기에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 하에서 낮은 형량이 나온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민사 소송'이 있다. 하지만, 민사 소송도 여의치 않다.
온나라를 공분케 했던 N번방 사건을 폭로했던 '추적단 불꽃'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텔레그렘을 고발한다. 1000명이 넘는 지인들이 모인 공간에서 아는 여성의 사진을 올려놓고 '품평회'를 하는 게 관행처럼 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지인 능욕', '지인 합성'이다.
'20만원까지 내겠다', 이게 한 여성에 대한 평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간해라' 등 갖은 온라인 성폭력이 난무하고, 타인의 얼굴에 또 다른 타인의 신체, 성행위 장면을 합성하는 것이 유행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나눈다. 피해자는 이유도 모른 채 낯선 이들에게서 메시지를 받고, 때론 직접 모르는 남자들이 직장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대부분 해외 IP 주소로 벌어지는 이런 일들에 경찰은 '무기력'하다. 사진이 계속 돌아다니니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계속 이어진다.
물론 디지털 성범죄 지원 센터가 생기면서 피해자가 요청을 하면 지원 센터가 인터넷 사업자에게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노출 여부'라는 삭제 기준으로 번번히 논란이 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의 의도 파악보다 '노출' 여부라는 즉자적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즉 거리에서 여성을 몰카해도 '노출'을 했느냐 여부가, 어쩌다 본 남자 친구 휴대폰 속의 잠든 여성들의 나체보다도, 남자 친구 휴대폰을 몰래 봤느냐 여부가 우선하는 식의 법의 성긴 그물 사이로 가해자들은 빠져나간다.
그런 동안 디지털 기술은 발전한다. 4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진 여성, 낯선 이들로 부터 음란 문자를 받게 된다. 알고보니 헤어진 남자 친구가 앙심을 품어 '확대 합성을 한 이른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유포했던 것이다. 그녀의 개인 정보와 함께. 이 일로 직장도 그만 두게 되고, 살던 집까지 옮기게 된 피해자. 하지만 검사는 소 취하를 권고했다. 피해자가 합성된 자신의 얼굴로 인해 밖으로 다니지도 못한 채 인생이 망가졌다고 하는데, 가해자는 겨우 500만 원도 안되는 벌금형에 집행유예, 사회 봉사 명령이 다였다.
보고서가 주목한 건 나날이 발전되어 가고 있는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수법도 수법이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인격 살인'에 이르는 심각한 범죄로 간주하지 않는 사회적, 그리고 '법원'의 안일한 의식에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러한 디지털 성범죄 결과물인 사진과 영상을 보는 것이 '또 하나의 범죄'라는 인식은 커녕, 보는 게 별 거 아니라는 뿌리깊은 잘못된 성의식이다. 기술의 발전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의식, 그 후진 의식은 나날이 교묘하게 늘어나는 새로운 방식의 성범죄를 방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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