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 꽃> 관련 이미지.
엣나인필름
영화의 백미는 바로 북한 평양에 사는 김련희씨의 가족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남편과 딸 그리고 노부모가 둘러 앉아 식사를 하거나 일터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겼다. 이 감독의 지인인 핀란드 국적의 감독, 그리고 당시엔 철저히 비밀에 부쳤지만, 지난해 별세한 재미동포 노길남 박사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이승준 감독은 "북한의 허락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린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노길남 박사님이 김련희씨 가족 취재를 몇 번 했었다. 그 경험으로 우릴 도와주시겠다고 하신 것이지. 제가 그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박사님에게 핀란드 감독 인적사항을 전하고 마냥 기다렸다. 몇 개월 후 그 감독 스팸 메일함에 북측의 메시지가 와있더라. 그때가 2016년 겨울이었다. 북경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그리고 2017년 10월경 평양에서 추가 촬영을 했다." (이승준 감독)
영화에서 김련희씨 그리고 비전향장기수 동료가 달고 있던 노란 리본이 유독 눈에 띈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40년 넘게 북송을 주장해 온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참사에 어떤 마음으로 연대하고 있는 건지를 물었다. 이승준 감독이 전작 <부재의 기억>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뤘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부모님이 투사나 운동가가 아니잖나. 그저 자식을 잃은 엄마 아빠잖나. 그게 제 심정인 거지. 얼마나 막막할까. 저였으면 못 견딜 것 같다. 지금도 세월호 하면 항상 마음이 그렇다. 누구도 대신 감당 못할 비극이다." (김련희씨)
독립 다큐인으로 묵묵히 작품을 발표해 온 이승준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역할을 두고 문제 해결을 위한 게 아닌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도구라 정의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 그리고 앞으로 할 작품들은 모두 세상 사람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다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부재의 기억> 때 유가족, 생존자 학생들에게 받은 문자가 있는데 그게 되게 힘이 되더라. 우린 종종 우리를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일과 마주하게 된다. 그걸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누가 행복을 막고 있는가? 그런 질문을 던지고 같이 얘기하고 싶다. 다큐가 그걸 위한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이승준 감독)
최근 7월 김련희씨는 결국 간암 진단을 받았다. 북한에 지금 못 돌아간다는 두려움이, 영영 가족 곁에 묻힐 수 없다는 두려움이 됐다면서도 그는 "정말 제가 아프더라도 가족을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강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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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