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의 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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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은 <그레이트 뷰티> <유스> <그때 그들>의 연출과는 확연히 다르다. 냉소적인 시각, 비판과 풍자를 곁들인 철학적인 주제와 미학적인 미장센으로 유명한 파올로 소렌티노의 최신작이라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특유의 세련된 감각과 강렬한 이미지는 살아 있다. 직접 각본, 연출, 제작까지 참여했으며 고향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찍은 자전적인 영화다.
데뷔작 <엑스트라 맨> 이후 정확히 20년 만에 나폴리를 배경으로 했다. 연어의 회귀본능과 맞먹는 완벽한 금의환향이다. 더불어 여행이 힘든 시기에 낮과 밤의 차이마저도 아름다운 나폴리의 반짝임을 그대로 옮겼다. 넷플릭스 영화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부분에 상영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반기 스트리밍된다. 넷플릭스라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보기에는 아까운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적, 건축물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마치 1980년대 나폴리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다.
한 소년을 통해 나폴리를 소개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던 유년 시절을 곱씹는다. 특히 축구선수 마라도나를 신격화한 제목답게 그와 관련된 개인사가 생생하게 구축되었다. 소년이 마라도나를 인생 롤 모델로 삼는 이유, 왜 영화를 사랑하는지, 지금의 이탈리아의 거장이 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마라도나가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했던 이유가 등장한다. 최근 다큐멘터리 <디에고>를 봤다면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상황의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까지 언급하지만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감독의 사적인 감정과 가족의 역사가 마라도나라는 실존 인물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드디어 토해낸 결과물이다. 1984년 FC 바르셀로나에서 SSC 나폴리로 이적한 마라도나는 1987년 세리에 A의 첫 우승을 이끌며 나폴리의 국민영웅으로 등극했다. 신으로 불렸던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살아있는 거장 파올로 소렌티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묘사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