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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장례지도사의 밥벌이가 남긴 뭉클한 여운

[TV 리뷰] <아무튼 출근>

21.09.01 14:03최종업데이트21.09.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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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이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특별한 밥벌이를 보여주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8월 31일 방송된 <아무튼 출근>에서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 이경민, 대학 병원 장례지도사 권민서, MBC 아메리카 방송 기자 홍지은의 직장 생활이 공개됐다.

이경민 변호사는 지난 주에 이어 의뢰인들과의 전화 상담, 게임머니 사기 피해자와의 면담, 동료 변호사들과의 짬짬이 회의, 변호 활동을 문서화하는 서면 작업까지,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변호사의 바쁜 하루를 보여줬다. 또한 변호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각종 범죄, 이혼, 사회적 분쟁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건사고들,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 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의뢰인들의 절박한 사연들이 공감대를 자아냈다.

이경민은 직원들이 하나둘씩 모두 퇴근한 뒤에도 홀로 사무실을 지키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야근까지 해야했다. 이경민은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경찰-검찰 조사라도 가는 날은 자연스럽게 서너 시간이 소비된다. 서면을 쓸 시간이 저녁 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야근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제가 어떻게 변호하느냐에 따라 의뢰인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변호 활동을 통해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면 그래도 '정의 실현에 한 발 나아갔다', '기여를 했다'라는 마음이 든다. 그럴 때면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직업에 보람을 느끼는 이유를 고백했다. 이경민은 직업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는 "밥벌이에 대한 만족도는 90%이고, 나머지 10%는 의뢰인과 함께 채워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만나는 순간부터는 저희가 고인의 가족이 되는 것"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MBC
 
27세의 대학병원 장례지도사 권민서의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 영혼의 동반자"라고 자신의 직업을 소개한 권민서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있는 장례지도학과 출신임을 밝히며, 상장례학, 제의례학, 법의학, 회복 기술학, 생물학 등 수많은 전문적인 교육과 지식이 필요한 직업임을 소개했다.

2년 8개월차 장례지도자로 근무하고 있다는 권민서는 "팀장을 제외하고 7명의 장례지도사가 근무하고 있다. 근무 패턴은 주간과 야간 24시간을 반반씩 끊어서 교대 근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직장과 다른 업무 공간에는 고인의 신체 사이즈, 사인, 종교 등에 따라 세분화된 장례용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매일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는 직업이 젊은 청춘에게 녹록지 않아 보였지만 권민서는 시신 확인에서부터 운구-발인-유가족 안내까지 침착하고 똑 부러지게 수행하며 프로폐셔널한 모습을 보여줬다.

장례지도사는 고인을 모시는 일이기에 유가족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나 가족들 간에 있었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공유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침 이날은 장례지도학과 전공생들이 실습을 나와있었다. 권민서는 자신도 처음 실습에 나왔을 때의 두려움을 회상했다. "처음엔 내가 생각하지 못한 풍경들이 펼쳐지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처음 한 번의 무서움이 지나고 나면 '고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나도 똑같이 사람을 대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고 털어놨다.

고인을 발인하는 장면이 나오자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와 출연자들도 모두 숙연한 분위기가 됐다. 권민서는 "유가족 분들이 장례를 마치고 가끔 다시 찾아오셔서 고맙다고 인사하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다"고 보람을 느낀 순간을 밝혔다.

권민서는 장례지도자는 장례 업무 외에도 부수적인 행정업무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민서를 유독 긴장시키는 것은 전화벨 소리였다. 다양한 업무전화가 몰려오는 중에서도 대학병원 장례지도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망자 발생소식을 의미하는 '코드 발생' 전화였다. 권민서는 "병원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오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사망자 이송이 가장 우선이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환자와, 쓸쓸하게 홀로 세상을 떠난 무연고자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권민서는 방호복을 착용하고 코로나19로 병원에서 사망한 고인을 이송했다.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국가 방침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화장해야만 했기에 유골함을 모시고 장례를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이 이별해야 하는 펜데믹 시대의 비극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MBC
 
무연고자의 입관을 처리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날 고인은 등본상 가족은 있으나, 가족들이 장례를 포기해 무연고 입관으로 진행하게 됐다. 권민서는 "무연고자 고인중에 한 할머니가 계셨는데, 본인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계셨는지 주머니에서 삐뚤빼뚤하게 쓰여진 '감사합니다'라고 쓴 쪽지랑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나왔다. 그걸 준비할 때 마음이 어땠을지. 모든 무연고자분들의 마음이 그랬을 것 같다"고 털어놓으며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권민서는 입관을 앞두고 사망 당시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고인의 얼굴 근육을 바로잡아주며 떠나는 모습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무연고자이다 보니 고인의 주머니에서 지갑같이 미처 정리되지 못한 유품이 나오기도 하고, 몸에 흙이 묻어있거나 얼굴에 상처가 나있기도 했다.

권민서는 "가실 때 만큼이라도 깨끗하게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고백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정성을 다하여 고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수의를 입혔다. 권민서와 직원-실습생들은 가족을 대신하여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결관을 했다. 권민서는 "저희를 만나는 순간부터는 저희가 고인의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밝히며 "그만큼 귀중한 분이시기 때문에 그동안 힘들었던 것은 다 잊고 홀가분하게 좋은 곳으로 떠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밝혔다.

권민서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의 의미에 대하여 "인간의 마지막 복지는 장례다. 죽음은 삶 속에 항상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멀리하거나 무서워 할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는 생을 위해 일한다면, 누군가는 삶의 최전선, 죽음을 위해 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는 누군가의 삶이 끝나야 일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매일같이 삶과 죽음의 순간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죽음을 생각하면 무섭다기보다는 오늘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20대 장례지도사의 성숙한 통찰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LA 기자란? 놓을 수 없는 끈"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MBC
 
'해외 밥벌이 편' 두 번째 이야기로 미국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MBC 5년차 미주기자 홍지은의 일상이 등장했다. LA 코리아타운 한인사회에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도 맡고 있는 홍지은은 출근 전에 16시간의 시차가 있는 한국 뉴스를 꼭 확인한다고 밝혔다.

미국식 아침식사에 화창한 날씨를 배경으로 LA 에코파크에서 조깅을 즐기는 등 낭만적인 순간도 잠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LA에서 그리 좋지 않은 집에서 월세만 2200불이나 지불해야 하는 고충, 출근하다가 총기강도를 겪은 이후 면허를 따서 차로 출퇴근하게 된 사건 등을 고백하며 미국이라서 겪을 수 있는 버라이어티한 일화들로 놀라움을 안겼다.

MBC 아메리카에 출근한 홍지은은 한국 현지 뉴스와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며 "미국 한인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뉴스들을 중심으로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민 1세대는 영어가 어려운 분들이 있어서 그들을 위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방송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침 취재 아이템 회의에서 홍지은은 노숙자 문제에 대하여 취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지만, 준비 부족과 방향성을 놓고 앵커 겸 팀장님의 쓴소리를 듣고 살짝 주눅이 드는 모습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자아냈다.

홍지은은 베니스비치에서 노숙자 텐트를 시에서 철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취재에 나선다. 인터뷰를 거부하는 사람, 인터뷰 대가로 술이나 돈을 요구하는 사람, 욕을 하거나 말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취재 내내 난항이 거듭됐다. 홍지은은 "미국은 무조건 미디어 릴레이션(정해진 관계자들만 인터뷰 가능)이다. 현장 인터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설상가상 취재가 지연되며 방송시간이 점점 임박해오는데도 촬영이 끝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간신히 취재를 마치고 방송사에 돌아온 홍지은은 숨돌릴 틈도 없이 리포트 녹음-번역 및 자막 제작-편집까지 모두 직접 소화하는 전천후 강행군을 이어간 끝에 간신히 방송시간에 맞춰 뉴스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방송을 지켜보며 팀장은 "너 때문에 오늘 소주를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농담했고 홍지은은 "진짜 눈물날 것 같다"며 언니같은 상사의 어깨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홍지은은 퇴근 이후 LA의 핫플레이스들을 방문해 '불금'을 즐기며 고단한 하루를 달랬다. 홍지은은 "밥벌이 만족도는 90점. 직업은 너무 재미있는데, LA가 너무 외롭다. 채워질 수도 없는 10점"이라고 고백하며 "LA 기자란? 놓을 수 없는 끈"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자신의 최종목표에 대해서는 "MBC 아메리카의 앵커가 되는 것"이라며 "한인 사회에서 알리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이름을 떠올리고 제보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MBC
 
<아무튼 출근>은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의 다양한 밥벌이와 리얼한 오피스 라이프을 엿보는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표방했다. 특히 '직장인 브이로그(Video+Blog, 영상으로 쓰는 일기)' 형식을 예능 포맷에 적용하여 출연자 본인의 주관적 관점과 내레이션을 통하여 하루 일과를 엿보는 신선한 연출법으로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아무튼 출근>은 '밥벌이'라는 친근한 표현으로 직업을 이야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지 개인의 생계와 사회적 성취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넘어서, 자신의 각 분야에서 투철한 프로의식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기여하는 다양한 직업과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녹아있다. 변호사-장례지도자-방송뉴스 기자 등 우리 주변에서 평소에는 흔하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 없어서는 안 될 특별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또다른 공감대와 여운을 남겼다.
아무튼출근 장례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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