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우도주막>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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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도주막>은 이 검증된 포맷을 자기복제하면서도 정작 몇 가지 중요한 핵심을 놓쳤다. <우도주막>과 가장 많이 비교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나영석 PD의 <윤식당> <윤스테이> 시리즈였다. 나영석 PD는 휴양지에서 유명 연예인 여럿이 모여 가게를 차리고 장사를 위한 역할을 분담하여 노동을 수행하는 포맷을 가장 앞서 구축했다.
우도주막 멤버들과 <윤식당> 시리즈와 맡은 역할과 구도도 비슷하다. 김희선은 윤여정처럼 가게의 간판(주모/사장)으로서 소통을 전담하고, 탁재훈은 이서진처럼 맏형으로 실질적인 영업을 총괄하며, 유태오는 정유미처럼 요리를 전담하고, 문세윤과 카이는 박서준-최우식처럼 온갖 다양하고 궂은 역할들을 수행한다.
멤버들은 매 회 최선을 다해 손님들을 맞이하고 부지런하게 많은 일들을 수행하지만, 이상하게 프로그램을 다 보고나서도 딱히 기억에 남는다고 할만한 장면이 별로 없다. 이는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연속성 있는 서사도,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케미스트리도, 일반인 출연자들과 소통이 주는 재미도, 무엇 하나 확실하게 포인트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자기복제의 한계는 원조인 나영석조차도 이미 <윤스테이>에서 한계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다. 식당을 넘어 숙박업까지 규모를 넓히며 업무량과 체력적 부담이 늘어난 출연자들의 케미가 반감됐다. 요리-먹방-다시 새 손님 맞이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에피소드의 반복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해졌다는 비판도 늘었다. <우도주막>의 한계는 이미 식상해져가던 <윤스테이>의 포맷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단점까지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체험예능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는 출연자들의 성장 서사다. 본업과 다른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출연자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일과 소통에 어떻게 익숙해져가는지 보여주는 과정이 스토리의 핵심이다. 여기서 출연자들의 실수와 고생담은 필수다. 그런 면에서 <우도주막>이 참고했어야 할 모델은 <윤식당> 시리즈 보다도 오히려 <어쩌다 사장>이었다.
20년지기 절친 배우인 차태현과 조인성이 낯선 시골에서 열흘간 동네 슈퍼를 맡아 운영하는 이야기를 다뤘던 <어쩌다 사장>은 초반 간단한 수작업 계산이나 카드 리더기 사용에도 쩔쩔매던 배우들이 고생을 함께하며 점점 진짜 사장이 되어가는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열악한 환경과 돌발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이고 살가운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친화력을 발산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단골손님들의 요청에 각각 '이차선 다리'와 '땡벌'을 열창했던 장면은 두 사람이 배우가 아닌 완전히 사장님이자 친근한 동네 이웃으로 완전히 녹아들었음을 함축하는 모습으로 훈훈한 미소를 짓게 했다.
안타깝게도 <우도주막>에는 이러한 출연자들간 감정의 교류와 축적에서 나오는 연속성이나 공감대가 없다. 연예인 출연자들이 실수하고 고생하는 모습은 예능에서 웃음을 주는 면도 있지만, 인간적인 매력과 팀워크를 통한 성장담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