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버킷 스튜디오
그런데 막상 자신이 살아왔던 터전을 정리하려니 쉽지 않다. 자식들도 각자 독립해서 살아가고 있건만 모성이라는 사회적 존재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평생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은 남편 때문에 맘고생을 하며 살아왔건만, 아들은 외려 아버지의 죽음 앞에 냉랭했다며 마도에 대한 유감을 숨기지 않는다. 독거노인이지만 마도는 여전히 그녀를 옭아맨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니나와의 로마행을 주저한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지 못하는 마도로 인해 갈등이 극에 달한 와중에 그만 마도가 쓰러지고 만다. 뇌졸중이다. 반신불수에 언어까지 마비된 마도. 자신의 육체조차 컨트롤할 수 없는 그녀에게 사랑에의 의지란 불가항력이다. 그녀에 대한 권한은 자식들에게 일임되었으며 일상은 간병인에게 맡겨진다.
마도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그런 그녀를 니나가 발견하면서부터 영화는 니나의 시점으로 옮겨진다. 마도의 병원에서 겨우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니나,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온 집은 마도와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이지만 황량하기 그지없다. 말이 니나의 집이지 그저 말 그대로 집이라는 틀만 있을 뿐, 니나의 삶은 마도의 집에서 마도와 함께 이루어졌음을 니나의 집을 통해 알 수 있다.
이후 마도 딸과의 대화에서 드러나듯이, 독일에서 태어난 니나는 여행 가이드로 각국을 자유롭게 오가다 마도를 만나 이곳에 20여 년째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낯선 국가, 가구 하나 변변치 않은 공간, 그곳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진 마도에 대한 니나의 열정적인 사랑이 읽힌다. 그리고 왜 니나가 자식들도 독립한 처지임에도 자신의 근거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마도에게 분노했는 지도.
주저하던 마도의 사랑은 이제 병으로 인해 자유를 잃었다. 마도에 분노하던 니나는 여전히 마도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만 말조차 할 수 없는 반신불수 마도와의 사랑은 이미 놓친 열차와도 같은 처지가 되어 버린다. 그저 복도를 사이에 둔 친절한 이웃집 여인 니나가 자식들에게 결정권이 있는 반신불수 마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사랑의 듀엣, De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