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채널A
다음 날,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금쪽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더니 갑자기 "살려주세요!"라며 소리를 지르고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공포에 질린 듯 복도를 마구 뛰어다녔다. 괴한이라도 나타난 걸까. 두려운 무언가를 본 걸까. 엄마가 놀라서 문을 열자 "내가 3시에 오는 걸 알면서 왜 문을 안 열어놨어?"라며 타박했다. 엄마는 미안하다며 금쪽이를 달래기 바빴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금쪽이는 숙제를 하기 위해 책을 폈다. 이때 엄마가 막냇동생을 안고 들어오자 괴성을 질렀다. 엄마가 다가오자 비명을 지르며 피했다. 무엇이 그리도 공포스러운 걸까. 금쪽이는 대화를 시도하려는 엄마에게 "저리 가!"라고 외치며 쫓아냈다. 결국 난동이 벌어졌고, 엄마는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오은영은 그 이유를 알아차렸을까.
금쪽이는 동생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젖내를 말하는 걸까. 괴롭히거나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접근 자체를 못하게 했다. 이번에는 동생을 눕혀놓고 엄마 혼자 금쪽이에게 다가갔다. 좀전처럼 소리를 지르진 않았으나 여전히 엄마를 거부했다. 금쪽이는 손으로 엄마의 팔을 문지르더니 냄새를 킁킁 맡았다. 그러더니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퇴근한 아빠는 금쪽이의 머리를 감겨줬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금쪽이는 수건으로 자신을 얼굴을 몽땅 가렸다. 혹시나 거품이 눈에 들어갈까봐 무서웠던 것이다. 아빠가 머리를 감겨주는 동안 금쪽이는 예민하게 반응하더니 급기야 울먹이며 빨리 끝내달라고 애원했다. 머리를 다 헹군 후에 금쪽이는 (그럴 리 없는데도) 눈에 거품이 들어갔다며 눈을 강박적으로 씻어댔다.
그러면서 "분명히 실명될 거야"라며 극단적인 말을 하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방으로 돌아온 금쪽이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손과 발을 허공에 휘저으며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듯한 모습을 보였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보고 있던 MC들은 모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었다. 아빠는 평소 금쪽이가 죽음과 질병에 대한 공포가 많은 편이라 설명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촉각, 시각, 후각, 청각 모두 예민한 기질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그야말로 '예민 보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금쪽이를 모두 설명하긴 어려웠다. 감정이 널뛰고 증폭되어 견딜 수 없어 하는 금쪽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과민성'이었다. 금쪽이는 예민을 넘은 과민이었다. 과민을 일으키는 자극들이 생활 속 자극이라 금쪽이도 힘들고 부모도 괴로운 상황이었다.
엄마 아빠와 보드 게임을 하던 금쪽이는 엄마가 자물쇠를 열쇠라고 잘못 말하자 "엄마 아빠는 바본가봐"라며 한숨을 내쉬더니 "지식을 돌려줘", "똑똑이 돌려줘"라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러더니 열쇠와 자물쇠를 각기 종이에 그리며 괴성을 질렀고, "살려줘, 죽기 싫어"라고 소리치며 집 안을 헤집어놨다. 금쪽이의 행동은 점점 격해졌다. 이게 그럴 일인가 싶었다.
금쪽이는 보이는 족족 집어던지더니 열쇠와 자물쇠의 생김새를 강박적으로 계속 되뇌었다. 금쪽이의 불안은 어디에서 온 걸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서 사회성이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싫은 게 아니라 상대방이 주는 미세한 자극의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으면 유발이 유발되는 것이다.
잠시 후, 엄마는 진정된 금쪽이에게 열쇠와 자물쇠가 조금 헷갈렸다는 말을 굳이 꺼냈다. 그러자 금쪽이는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가뿐 숨을 몰아쉬더니 "다시 정화하고 올래!"라고 외친 후 집 안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침대에서 바닥을 향해 침을 뱉었다. 몸을 벅벅 긁어댈 정도로 힘들어했다. 엄마 아빠가 몸부림치는 금쪽이를 안아주었지만, 금쪽이는 더욱 격렬하게 발버둥쳤다.
그러다 엄마가 얼굴을 쓰다듬자 자신의 얼굴을 벅벅 긁더니 엄마를 향해서 침을 뱉었다. 모두들 충격적인 장면에 할 말을 잃었다. 엄마가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묻자, 금쪽이는 "엄마가 없어져야 돼"라고 말했다. 엄마는 하루에 2~3번 정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진정이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고, 어느 정도 화를 쏟아낸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해진다고 설명했다.
안정을 찾기 위한 '강박적 방식'
금쪽이가 침을 뱉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안정을 찾기 위한 자신만의 강박적 방식이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불편함 마음을 뱉어내기 위해 침을 뱉는 것이다. 그것이 금쪽이에게 있어 '정화'였다. 불편함을 없애는 자신만의 의식이었다. 다만, 금쪽이는 난폭한 아이도 아니었고,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금쪽이는 언어에 문제가 있는 아이였다.
물론 책을 많이 읽어서 현학적인 표현을 즐겨 쓰고 토론을 할 때 논리적으로 말할 줄도 알지만, '화용 언어'의 발달에 문제가 있었다. 화용 언어란 상황에 맞게 대상에 맞게 쓰는 언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금쪽이는 편안한 대화와 담화를 하지 못했다. 언어 문제가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금쪽이의 경우에는 사회성 발달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오은영은 시청자 중에서 '부모가 너무 안 혼내서 애가 버릇없어진 거 아냐?'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엄마 아빠의 자상한 훈육이 금쪽이 마음에 자양분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금쪽이는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그건 부모가 아이의 마음에 인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부모의 탓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