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바람의 검심> 시리즈는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계의 '실수'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들은 대부분 어설픈 각색과 미장센, 애니메이션과는 큰 차이가 있는 CG 효과로 혹평 또는 괴작이란 평을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사무라이 액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수준 높은 액션과 세련된 영상미의 힘을 선보이며 간만에 일본 영화계가 해외에 내놓을 만한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1편의 흥행 이후 작품은 3부작을, 그리고 2편의 최종장까지 총 5편의 시리즈로 이어지게 된다. 앞서 넷플릭스를 통해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이 공개되며 3부작 이후 켄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이번에도 역시 넷플릭스로 국내 관객을 찾은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애니메이션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추억편'을 원작으로 사무라이 찬바라 액션에 진한 애수를 담아낸다.
작품은 시간상 1편의 10년 전으로 이동한다. 사람을 죽일 수 없는 날인 역날검을 들고 평화를 파괴하려는 이들과 맞서 싸웠던 켄신의 과거를 다룬 작품은 그의 어두운 모습으로 시작한다. 1860년대, 켄신은 존왕양이파의 일원으로 이들에 반대하는 이들을 암살하는 칼잡이 역할을 한다. 반년 동안 무려 100명을 죽였다는 그의 얼굴은 이전 시리즈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강한 어둠을 지니고 있다.
존왕양이파에 반대하는 무사 조직인 신선조와의 대립이 격렬해지면서 켄신은 칼에 더 많은 피를 묻히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토모에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어둠만 가득했던 감정에 부드러운 햇살이 떠오른다. 카츠라를 비롯한 존왕양이파는 토모에의 존재가 켄신을 약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토모에에 깊게 빠진 켄신은 그녀를 지키고자 한다. 토모에는 남편을 죽인 켄신에게 복수를 하고자 첩자를 자처하나 새로운 세상을 위해 스스로 어둠이 되고자 하는 켄신 내면에 숨어있는 따뜻함에 점점 마음을 사로잡힌다.
작품은 전작 <더 파이널>을 통해 결말을 공개했기에 스토리를 통한 기교보다는 사무라이 찬바라의 분위기와 켄신과 토모에 사이의 애수에 주력한다. 21살에 켄신 역을 맡았던 사토 타케루는 32살의 나이로 10대의 켄신 역을 맡아 외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 깊이에 있어 연륜을 보여준다.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살인을 반복하며 점점 더 어두워지는 켄신의 내면과 토모에를 통한 변화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이 어둠은 사무라이 찬바라 액션을 통해 강렬하게 표현된다. 찬바라는 본래 사무라이와 닌자물을 일컫는 용어인데 고착화가 되면서 칼부림을 보여주며 잔혹한 영상미를 선보이는 작품을 뜻하는 표현이 되었다.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이 찬바라 액션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수준 높은 액션을 창조해낸다. 이 시리즈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이전 일본 실사화 영화들과 다른 액션에 있다.
빠른 속도와 높은 파괴력, 이를 세련되게 담아낼 줄 아는 카메라까지 삼위일체를 이루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번 작품 역시 도입부 일부러 인질이 된 켄신이 조직원 전원을 몰살시키는 장면이나 신선조가 존왕양이파 지사들을 대거 참살한 이케다야 사건 등을 통해 수준 높은 찬바라 액션을 선보인다. 원작 팬들이 '추억편'에 바랐던 요소들을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된 색으로 담아내며 만족감을 높인다.
켄신과 토모에의 로맨스는 강한 애수로 어둠에 어울리는 감정을 뽑아낸다.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을 죽인 남자와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로맨스는 가혹한 운명으로 마치 그리스 신화의 비극과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런 비극은 시대상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시기 이후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이뤄내고 사무라이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즉, 켄신은 한 시대가 지닌 아픔을 마지막으로 껴안은 인물인 셈이다.
계절 역시 4월을 시작으로 겨울까지 이어지며 사랑이 꽃피는 계절 봄, 그 결실을 맺는 여름, 차가운 아픔이 서리는 겨울로 감정의 흐름과 연결된다. 새하얀 눈 위에 새빨간 피가 뿌려지며 어두운 사무라이 찬바라 액션에 켄신과 토모에의 애수가 짙은 감정을 유발해낸다.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화 작품 중 드물게 시리즈화에 성공하며 큰 인기를 끈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아쉽게 극장에서 볼 수 없지만, 방구석 1열에서 여름 더위를 날릴 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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