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소년단>의 청소년들은 틈만나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중요한 것'을 늘 기억하고 있다.
SBS
상담실에서 자주 만나는 청소년의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욕설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욕을 달고 산다며 상담을 신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의 뒷담화를 한 것이 화근이 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라켓 소년단>의 친구들 역시 이런 욕과 뒷담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강은 인솔(김민기)을 '재수탱이'라고 부르고, 상대편 선수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종종 한다. 공중파 드라마니까 수위조절이 되었겠지만, 아마도 현실이었다면 이 아이들은 훨씬 더 거센 단어를 입에 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욕설에는 편견이 없다. 이들은 뒷담화의 대상이었던 인솔이 팀에 합류하자, 금세 그와 친구가 된다. 평소 경쟁상대로 아니꼽게 바라보던 상대편 선수들까지도 훈련소에서 만나면 한 방에 모여 게임 하면서 순식간에 우정을 쌓는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내뱉는 욕설은 상대방을 진정으로 폄하하고 미워하기보다는 부러운 마음, 친해지고 싶은 마음, 이기고 싶은 마음 등 다양한 마음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9회 일본 선수들과 연습게임을 치른 후 코치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니들도 일본 싫지? 그래서 열심히 했지?" 이에 여자 선수들은 이렇게 답한다. "저희는 일본 애들 싫지 않아요. 연락도 자주 하고 같이 놀러다니고요. 저희 일본 애들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말씀하신 대로 중요한 국가대항전이고 스포츠잖아요. 민턴은 그냥 민턴이니까." 그리고 남자 선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혼나기 싫어서요. 그래서 열심히 했어요."
비록 대화에 욕설을 섞고 비속어를 사용할지라도 아이들의 마음엔 이처럼 편견이 없다. 점잖은 말을 사용하고 예의를 차리면서도 상대방이 상대방이라는 이유로 (그러니까 일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싫어하는 어른들보다 어쩌면 아이들의 태도가 더 성숙한 것 아닐까. 다행히도 <라켓 소년단>의 어른들은 이를 금세 알아차리고 수긍한다. "니들이 우리보다 낫다"라고 아주 솔직하게.
꼰대라 부르지만, 존중하는
상담실을 찾는 청소년과 그 가족들은 종종 세대간의 갈등을 호소해온다. 많은 청소년들은 실제로 어른들을 '꼰대'라고 부른다(심지어 자신들의 부모까지도!). 그리고 어른들과 함께 하는 걸 불편해하고 어색해한다. 이는 <라켓 소년단>의 소년들도 마찬가지였다.
해강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엄마 영자(오나라)와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한다. 11회 엄마와 둘이 수제비를 먹는 해강은 영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이에 영자는 "엄마랑 단 둘이 있는 게 어색하지?"라고 상황을 인정한다.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해주려 애쓰는 아버지 윤 코치의 노력도 아이들에겐 오버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을 무조건 폄하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진심을 알아차리는 힘이 있다. 이런 태도는 12회 '하얀늑대'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에서 잘 드러났다(하얀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백 감독은 책임자라는 이유로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누명을 쓴다).
아이들은 폭력사건에 휘말렸던 '햐얀늑대'를 두려워하지만, 곧 소문이 아닌 자신들의 경험을 믿기로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뭐 별거 없어요. 저희 감독샘 믿기로"(우찬), "전에 해체될 뻔 했는데 감독샘 돈으로 대회 나갔다니까요"(윤담), "또 저희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시거든요"(해강), "맨 처음 체육관에 오셨다 마지막에 가시거든요"(은솔), "감독쌤은 출장할 때마다 만난 걸 사온다니까요"(용태). 이처럼 이들은 꼰대라 부르면서도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 속에 묻어나는 진심을 볼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상담실의 아이들의 경우도 그랬다. 상담 초반 "엄마 아빠 때문에 짜증나요"라고 호소했던 아이들조차 마음 깊은 곳에선 "엄마 아빠에게 미안해요.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