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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놀란 건..." 32세 제주도지사 후보가 만들어낸 변화

[현장] 다큐멘터리 영화 <청춘 선거> 언론배급시사회

21.06.02 19:21최종업데이트21.06.0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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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춘 선거> 스틸 컷
영화 <청춘 선거> 스틸 컷아이엠(eye m)
 
소수정당 후보자의 날 것 그대로의 선거운동이 담긴 리얼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찾아온다. 

2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청춘 선거>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환기 감독과 고은영씨는 당시 촬영 후일담과 선거 뒷이야기, 청년 정치에 대한 메시지 등을 전했다. 

<청춘 선거>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만 32세 청년 고은영의 무모하고도 극적이었던 선거운동 과정을 그린다. 

녹색당 정당 지지율 0.8%, 고은영 후보 지지율 1%. 상대는 막강한 지지율을 얻고 있는 현직 도지사와 청와대 비서관 출신 여당 후보. 영화 속 고은영과 녹색당원들의 싸움은 말 그대로 '달걀로 바위치기'에 가까워 보인다. 민환기 감독은 고은영 후보와 선거캠프에 합류한 당원들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2016년, 2015년경부터 제주에서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쯤 고은영님과 그 주변의 젊은 친구들도 알게 됐는데, 고은영님이 선거에 나간다고 하더라. 작은 선거에 나가는 줄 알았는데 도지사 선거에 나간다고 해서 궁금했다. 왜 도지사 선거에 나가지? 그게 가능한가? 이 선거를 찍으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외부인들이 많았는데 이 분들이 제주도에서는 뭔가 변화를 보여주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두 가지 기대를 가지고 촬영을 시작했다. 어쨌든 선거는 빨리 끝나지 않나. 짧은 시간 내에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찍었다.(웃음)"

선거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기로 결정했던 당시를 고은영씨는 "진지한 토론같은 것은 사실 없었다. (민환기 감독의 제안에) '어머! 당연히 너무 좋아요!' 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그리고 점차 카메라에 익숙해지면서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됐다고 털어놨다.

"(민환기 감독을 포함해) 두 분의 촬영감독님이 계셨고 당원이자 제 친구가 부가 촬영을 했다. 세 사람이 식구처럼, 마치 우리 캠프의 일원처럼 존재했다. 캠프 영상팀처럼 인식할 정도였다. '이쪽에서 앵글이 들어오네, 그럼 이런 얘기를 해야지' 그런 것 없이 편안하게 대했다. 그런데 최근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선거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그 여정을 담아낸 다큐가 한국에 있었나? 지금의 청년 정치인들이 참고할 만한 영화가 될 것 같아서, 의미있는 일을 했구나 싶더라."

이에 민환기 감독 역시 "몸소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찍었기 때문에 그분들이 저를 별로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건 되게 (촬영하기) 좋은 대상이거든. 바쁜 모습들을 눈치 안 받으면서 찍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청춘 선거> 스틸 컷
영화 <청춘 선거> 스틸 컷아이엠(eye m)
 
결과적으로 2018년 제주도지사 지방선거에서는 원희룡 후보가 51.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고은영 당시 후보는 3.5%로, 기대했던 것보다도 다소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 속에 담긴 이들의 도전을 그저 '실패'라는 말로 규정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민환기 감독은 선거운동 막바지에 직접 목격했던 풍경을 떠올렸다.

"제가 사실 놀랐던 건, (선거운동) 마지막날 시민들의 호응이 영화 안에 다 담기지 않았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 분들이 모두 녹색당을 찍었을 것 같지는 않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다. 의외로 젊은층보다 중장년층의 호응이 많은 점도 놀라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뭔가 마음속으로 생각해온 것들을 누군가 얘기해서 그랬던(호응하셨던) 것 같다. 나이드신 분들은 특히 고은영씨에게 고마워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다보면 바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게 희망이 아닐까."
 
2018년 뜨겁고 치열했던 지방선거로부터 이젠 3년여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녹색당은 물론, 고은영씨 개인에게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고은영씨는 현재 녹색당을 탈당하고 후원회원의 신분이 되었다. 그는 "플레이어(정치인)로서 활동하기에 내 그릇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녹색당을) 지지하는 시민이 되었지만 이러한(선거에 출마한) 경험을 가진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은영씨는 영화를 통해 '타인을 신뢰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선거 출마는) 제게 인간에 대한 신뢰, 연대를 경험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그 끈이 만들어질 수 있구나, 그런 인간적인 체험을 했다. 조건 없이 2~3개월 동안 20여 명이 달라 붙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이런 부분들을 보시고 위로 받으셨으면 좋겠다.

청년 정치인들, 우리 시대 청년들에게 동시에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타인을 신뢰하시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그게 참 어려운 시대다. 우리가 아름다운 건 누군가를 믿기 때문이 아닐까. 이게 아직도 제 북극성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누군가를 신뢰하는 경험을 하면 그 다음 좋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가 어려운 세상이지 않나. 그럼에도 신뢰할만한 사람을 꼭 옆에 두시기를 바란다."
청춘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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