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발표한 첫번째 정규 앨범 '사우어(SOUR)'는 18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감정을 투명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로드리고의 음악은 흔히 10대 하면 떠올릴 법한 밝고 신나는 무드와 거리가 멉니다. 잔뜩 날이 서있고 우울하며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21일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사우어(SOUR)'는 제목처럼 톡 쏘다 못해 얼굴을 찡그릴 정도의 쌉싸름한 노래들로 가득합니다. 앨범을 시작하는 노래 '브루탈(Brutal)'부터 당돌합니다.
"열일곱은 지겨워. 빌어먹을 틴에이지 드림은 어딨는데?
'젊음을 즐기세요'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난 그냥 울어버릴 거야."
올리비아를 스타로 만들어준 '드라이버스 라이선스' 가사를 볼까요. 빨리 운전면허를 따서 남자 친구를 차로 데려다주고 싶었는데, 정작 면허증을 받은 지금 그 친구는 다른 여자애와 사랑에 빠져 떠나버렸습니다. '우리가 완전하진 않았지만, 나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어', '교외로 차를 몰고 가면서 울었어'라 슬퍼하면서도 '걘 나보다 나이도 많고 내가 못 가진 것들을 가졌잖아'라 질투하기도 합니다.
이어 공개한 노래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스팝 '데자뷰(deja vu)'는 나와의 데이트 경험을 다른 여자 친구와 똑같이 즐기는 전 남자 친구를 비꼬는 곡이죠. '굿 포 유(good 4 u)'는 또 어떻고요. 한심한 남자 친구가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며 '빌어먹을 소시오패스'라고까지 합니다.
미국 10대 팬들은 올리비아의 노래를 실제 이야기로 가져옵니다. '하이 스쿨 뮤지컬'의 상대 배우 조슈아 바셋과의 관계를 담고 있다는 해석인데요. 조슈아는 올리비아와 헤어지자마자 배우 사브리나 카펜터와 교제를 시작했는데, 올리비아가 이를 바람 혹은 환승 이별이라 생각하며 가슴 아픈 노래를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소문에 대해 조슈아 바셋은 '라이 라이 라이(Lie lie lie)'라는 노래를 냈는데요, 제목처럼 올리비아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거죠. 사브리나 카펜터도 '스킨'이라는 노래로 로드리고를 에둘러 비판했고요. 로드리고도 지지 않고 '트레이터(traitor)'라는 노래를 실었습니다. 배신자라는 거죠.
사실이든 아니든 흥미로운 삼각관계에 함께 가슴 아파하던 10대들은 이윽고 틱톡(TikTok) 같은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첫사랑과 이별, 짝사랑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드라이버스 라이선스' 발매 이후 1월에만 7억 2천만 회 이상의 영상이 쏟아졌습니다. 20대와 어른들은 힙합, 댄스곡 중심으로 진행되던 차트에 차분한 곡이 올라왔다는 사실에 놀랐고, 십 대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로드리고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