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어웰> 스틸컷
오드 AUD
과연 지켜야 할 전통일까?
그렇게 첫 번째 '위기'는 넘겼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영화는 사실을 숨기는 가족들에게 계속해서 닥쳐오는 위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유머는 때론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슬픔과 뒤섞이고, 슬픔이 닥칠 때 빌리의 고민은 심화된다. "할머니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만약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 빌리의 물음에 함께 마사지숍을 방문한 고모는 무신경하게 답한다. "할머니가? 그런 일 없어."
빌리를 제외한 가족들은 얼마 남지 않는 시간 동안 마음 편히 계시다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할머니를 위한 거짓말이라고, 이것이 중국의 문화라고 말한다(영화에 따르면 심지어 의사도 이런 '전통'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게 정말 할머니를 위한 거짓말인가? 고민을 멈추지 않는 빌리에게 이모할머니는 사실을 전한다. 할머니 본인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같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다.
빌리는 친척들과 교류하며 점점 전통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가까이서 책임을 대신 떠안을 거라면, 그리고 그것이 좋은 결과를 불러 올 가능성이 있다면 거짓말도 괜찮은 걸까? 사랑하는 사람의 알권리를 박탈할지라도? 게다가 이모할머니의 말은 '그러니까 할머니도 당해야지. 할머니의 업보다'라고까지 해석될 여지가 있진 않은가? 이런 전통을 대물림해도 되는 걸까?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 #StopAsianHate
영화 <페어웰>은 중국계 미국인이 '모국'으로 돌아간 뒤 발견하는 문화적 차이와 이로 인한 갈등에 초점을 둔다. 촬영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졌다. 미국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미나리>와 다른 점이다. 또한 <미나리>에서도 한국계 미국인 '데이빗'의 혼란과 성장을 그리고 있지만 <페어웰>처럼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양국의 문화 차이를 대립시키지는 않는다.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이민 1세대의 고난을 묘사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는 점에서도 <페어웰>과 다르다.
그밖에도 다른 점이 많지만 지면의 한계로, 나머지 차이를 발견하는 일은 독자들의 몫으로 두겠다. 아쉽게도 〈페어웰〉은 넷플릭스에서는 볼 수 없으며, 온라인 영화 대여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다. 비용은 현재 5500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두 영화의 차이점에 주목한 이유를 덧붙인다. "아시아인들 얼굴은 다 비슷한 것 같아. 구별하지 못하겠어" 따위를 농담이랍시고 던지는 백인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무지의 상태에 머무르고자 하는 게으름과, 몰이해와 오해에서 파생되는 혐오는 닿아있다. 서구권에서 아시아인 대상의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현실. 더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수작들이 쏟아져 나와, 더욱 정교한 분류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미래를 바라본다(지금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만든 영화가 워낙 적어 <페어웰>과 <미나리>가 비교됐다고 생각한다). 아시아계 작품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환경이 구성되어, 보고 감동을 느끼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그런 이들은 혐오범죄 따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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