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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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꼬리가 길면 결국 밟히기 마련이다. '엑소 노래만 만드는 천재 작사가' S는 실제론 해당 기획사 A&R(아티스트 및 음반 기획을 총괄하는 담당자) 부서의 팀장 최아무개씨와 관련이 있었다. 이 담당자와 김 원장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담은 대화를 폭로한 제보 메일 내용을 살펴본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두 사람이 유령작가를 만든 것 같다. 최씨의 부인인 걸 숨기기 위해 예명을 사용한 것 같다"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최씨가 직접 가사를 썼다는 내용도 있다. 팀장이 직접 작사를 했을 가능성도 보인다"라는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엑소 정도의 인기 가수 곡에 이름을 올린다면 적은 지분 참여율만으로도 음원 및 음반 관련 저작권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유령작가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알> 방영 며칠 전 SM엔터테인먼트는 해당 팀장에 대한 중징계, 업무 배제 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김 원장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한 <그알>에 보낸 내용 증명에서 "S는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채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거나 지분을 가져간 적이 없다. 다만 A&R 직원의 가족이기에 비공개로 작업한 거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알>은 김 원장, 최씨, S 등의 사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망생들의 공평한 기회를 빼앗고 사익을 취한 점은 명백히 비윤리적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창작물과 관련한 분쟁에선 작사, 작곡 등의 증거 제시가 쉽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유령작가 탄생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저작권분쟁위원회 신설 및 관련 법령 개정 발의 등 개선의 노력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지만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그 누구도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은 제작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이들 때문에 수많은 창작자들이 피눈물을 쏟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하게 만든다. 케이팝이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으려면 시스템을 가꾸는 일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방송은 힘주어 말한다. 창작자들 뿐만 아니라 기획사, 음악팬들을 우롱하는 유령작가의 존재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케이팝의 건강한 미래는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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