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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들고 협박하는 10살 아이, 오은영도 말을 잃었다

[TV 리뷰] 채널A <끔쪽같은 내새끼>

21.05.09 11:01최종업데이트21.05.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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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살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지난 7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5년 전에 이혼을 하고 혼자서 삼남매(13살 딸, 10살 아들, 6살 아들)를키우고 있는 엄마가 찾아왔다. 살고 싶어서 나왔다는 엄마의 표정과 말투는 비장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걸까. 언뜻 보기에 금쪽이(둘째)는 게임을 좋아하는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곧 역대급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해야 했다. 

금쪽이는 엄마를 향해 의자를 집어던지고, 폭력을 휘둘렀다.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엄마는 금쪽이가 칼이나 가위 등을 들며 5분 줄 테니까 밖으로 나가라고 한 적도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엄마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아들과 함께 변하고 싶은 엄마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오은영 박사를 찾아온 것이었다. 

금쪽이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침에 되자 엄마는 금쪽이를 깨웠다. 학교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쪽이는 엄마를 발로 차며 "저리 가! 내 자리야!"라며 짜증을 냈다. 잠결에 하는 투정이라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계속해서 엄마가 깨우려 하자 이번에는 "조용히 해! 개XX야!"라며 충격적인 욕설을 쏟아냈다.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에 MC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할 말을 잃었다. 

엄마는 그것이 일상이라는 듯 침착함을 잃지 않고 차분히 설득했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다만, 엄마가 지나치게 저자세라는 느낌은 들었다. 어찌됐든 금쪽이의 말과 행동은 도저히 10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충격을 넘어 공포에 가까웠다. 흥분한 금쪽이는 엄마를 거침없이 때리며 반항했다. 엄마는 버거워 보였다. 그렇게 고단한 힘겨루기가 한참동안 이어졌다. 
 
 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엄마는 폭주한 금쪽이의 몸 위에 올라타 가까스로 잡아 눌렀다. 격렬히 저항하던 금쪽이는 방에 있던 막내에게 "야, 이 개XX 때려!"라고 소리치며 지시했다. 겁에 질린 막내는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결국 누나가 막내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엄마는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금쪽이는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었고, 베개로 얼굴을 가린 채 대화를 거부했다. 

금쪽이의 눈빛은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했다. 도대체 왜 금쪽이는 엄마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게 된 걸까. 대치 상황에서 화를 참지 못한 금쪽이는 베개를 엄마에게 세게 집어 던졌다. 엄마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금쪽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금쪽이는 벌써 10개월 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걸까. 단전에서부터 깊은 한숨이 올라왔다.

엄마가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집을 비우자 혼자 남은 금쪽이는 놀랍게도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혼자 식사를 해결했고, 온라인 학습을 했다. 언제 화를 냈냐는 듯 평온한 상태였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율학습을 끝내고, 좋아하는 프록그램을 시청하고, 보드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집 소독을 위해 외부인이 찾아오자 옷까지 챙겨 입고 공손히 인사했다. 소름 끼치는 두 얼굴이었다. 

오은영은 평소에 금쪽이와 잘 지내는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금쪽이는 주로 저녁에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먼저 와서 말을 걸기도 한다고 했다. 문제는 아침이었다. 이유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였다. 오은영은 뇌가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조절되는 않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잠에서 덜 깬 아침과 저녁이 확연히 다른 건 그런 요인도 있다는 것이다. 

또 금쪽이는 외부 자극에 과민했다. 혼자 있을 때는 자극이 '0'이다 보니 훨씬 잘 지냈고 혼자서는 할 일도 잘하고 판단력도 좋은 편이었다. 그렇다면 금쪽이는 분노조절장애일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아무 상황, 누구에게나 그런 것 같진 않다며그 가능성은 일축했다. 다만, 엄마와 대치할 때 얼굴을 가리는 장면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엄마와 맞대면 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이게 뭐가 소중한 아들이야! 이게 뭐가 키우는 거야, 죽이는 거지!"

다음 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전쟁은 계속됐다. 엄마는 원격 수업을 준비했고, 금쪽이는 이를 거부했다. 실랑이가 이어졌다. 금쪽이는 악을 쓰며 폭력을 사용했고 엄마는 힘으로 가까스로 제압했다. 그러자 금쪽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격렬히 저항했다. 급기야 금쪽이는 엄마의 다리에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당황한 엄마는 일시정지 상태가 됐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학교 거부증'이라고 진단했다. 학교 거부증이란 어린아이가 등교를 거부하는 것을 뜻하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학교 거부증이 있는 아이가 14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편 금쪽이가 엄마 다리에 소변을 본 건 엄마에 대한 강렬한 분노 표현이었다.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이 경우에는 갈등 수준을 넘어 '혐오'에 가까웠다. 

오은영은 엄마가 금쪽이가 보낸 수많은 감정 신호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엄마는 금쪽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있었다며 당시 힘들어서 아이에게 제대로 반응을 해주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2년 전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체벌을 가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누가 이기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계속 때렸지만, 결국 금쪽이의 고집을 꺾지 못했었다고 했다. 

오은영은 영상을 보면 금쪽이가 싫다고 피하는데 굳이 엄마가 다가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엄마는 그냥 내버려두기도 해봤지만 밤새 휴대폰 게임만 했다고 대답했다. 오은영은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며, 아이와 몸과 말로 실랑이를 하는 것도 부적절한 일이지만 아이를 내버려두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쪽이는 불안도 높고 자극도 예민한 아이인데, 현재 고집이 너무 세진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지시, 제안, 통제 모두 거부했다. 고집이 세다는 건 지나치게 자기주도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평온하게 받아들였다. 문제는 엄마가 금쪽이를 대하는 방식이 '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엄마는 말을 명령조로 많이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전까진 힘에 눌려서 꼬리를 내리고 있던 금쪽이는 10대가 되자 힘의 우위를 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금쪽이는 엄마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품고 있었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가끔씩 자신을 공격하는 엄마에 대해 혼란형 애착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앞서 언급했듯 기본적인 행동 제한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잘못한 행동을 지적하는 일이 없었다.

오은영은 아이들은 자신이 분명 잘못했는데 엄마가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금쪽이가 엄마의 다리에 일부러 소변을 봤을 때, 엄마는 혼을 내지 않고 묵묵히 닦기만 했다. 엄마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것이긴 하나 기본적인 규칙과 질서, 제한에 대해 확실히 얘기해야 했다. 같은 맥락에서 금쪽이가 욕설을 할 때도 엄마의 말투는 한결같이 차분했다.

오은영은 금쪽이처럼 고집스러운 아이에게는 반드시 미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시가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의논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등교를 거부하는 것 역시 대화를 통해 금쪽이의 의견을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엄마는 과거 아이에게 체벌했던 죄책감 때문에 친절한 말투를 유지하려고 했을 뿐 지시적인 말투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지도력이 제로였다. 
 
외출을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삼남매는 엄마의 손을 잡기 위해 쟁탈전에 들어갔다. 모두 엄마의 사랑이 간절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다툼에 손이 두 개뿐인 엄마는 어쩔 줄 몰라했다. 집에 도착한 금쪽이네는 금쪽이의 제안으로 보드게임을 하게 됐다. 금쪽이가 벌칙에 걸리자 분위기는 가시방석이 됐다. 그런데 금쪽이는 웃음을 빵 터트렸다. 자신이 낸 의견대로 벌칙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됐다면 좋았겠지만, 상황은 다시 최악으로 흘러갔다. 엄마는 금쪽이가 자극적인 음식만 먹는 편식 때문에 만성 변비로 고생하는 게 안타까워 식사 일지를 작성해 가며 밀가루 음식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금쪽이는 한 달 동안 화장실에 가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금쪽이는 피자를 시켜달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결국 다시 실랑이가 시작됐다. 
 
정말이지 역대급 금쪽이였다. <금쪽같은 내새끼>가 방송된 이래 최초로 한 회만에 금쪽처방이 나오지 않았다. 예고편에서 엄마는 오열하며 집을 나갔고, 금쪽이는 솔루션을 거부했다. 오은영은 최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 선언했다. 과연 금쪽이는 달라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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