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영된 tvN '어쩌다 사장'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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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대던 가게 안을 가득 메웠던 손님들이 다 떠난 뒤 부지런히 뒷정리를 하던 그들에게 한 손님이 찾아왔다. 라면 한 그릇을 주문한 이는 다름아닌 '원천상회'의 진짜 주인 할머니였다.
"늦게까지 일하느라 힘들죠?"라는 인사 뒤 대화를 나누면서 두 사장은 어르신의 정체를 금세 알아챘지만, 모른 척 한 채 각자의 일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라면을 끓이던 조인성은 잠시 뒷마당으로 나갔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감정을 억누르긴 했지만 차태현 역시 그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이 장면 만큼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열흘 동안의 장사를 통해 오랜 세월 가게를 지켜온 할머니의 지난 인생사를 조금이나마 체험했던 두 사장님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또한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365일 매일 챗바퀴 돌듯 굴러가는 평범한 일상도 알고 보면 배울 점이 많고 값진 시간들임을 깨닫게 해줬다.
<어쩌다 사장>은 봄이 찾아온 원천리의 요즘 모습을 방송 말미에 담으면서 그 겨울의 이야기와 작별을 고했다. 훌쩍 자란 동네 강아지들마냥 동네는 활기가 넘쳐 보였다. 방송이 나간 이후 '원천상회'는 손님이 부쩍 늘었고 사장님은 그 어느 때 이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한적했던 몇 달 전과 달라진 광경에 조금은 힘들지 않겠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할머니는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많은 분이 여기에 오는데, 문을 여는 순간에 다 웃으며 들어와서 너무 좋다."
이는 <어쩌다 사장>을 보는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 <어쩌다 사장>은 그동안 즐겁고 정겨움 넘치는 이야기로 매주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줬고 그 시간 만큼은 나도 차사장, 조사장이 된 것처럼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10일 동안의 장사를 통해 초보 사장들은 150그릇의 라면을 팔았다고 한다. 그리고 근래 보기 드문 따뜻한 예능 <어쩌다 사장>은 그 이상의 감동을 안방까지 생생하게 전달해줬다.
여름과 가을이 지나면 다시 겨울이 오듯이 매주 목요일 밤을 책임져준 <어쩌다 사장>도 언젠가는 시즌2로 돌아오리라 기대를 걸어본다. 서툰 솜씨의 사장님과 알바생, 그리고 손님들은 11회에 걸쳐 행복이라는 레시피를 우리 모두에게 선물로 남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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