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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쿰쿰한' 스파게티, 백종원이 내린 특단의 조치

[TV리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21.03.25 16:26최종업데이트21.03.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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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선수 출신 사장님이 운영하는 캐주얼파스타집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사상 최악의 마늘 관리로 백종원에게 한 차례 혹평을 받았다. 마늘장아찌 수준이 된 다진마늘은 이 식당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피자 도우는 아랫면이 익지도 않아 밀가루 반죽 상태로 테이블에 올랐다. 버섯 크림 스프에서는 '행주 맛'이 났다. 비린 맛이 나는 파스타도 평가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애당초 맛을 평가할 단계가 아니었다. 문제는 '기본기'였다. 운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기본기를 다지는 일 아닌가. 요식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장님은 지인의 가게에서 5~7일가량 파스타를 배운 후 곧바로 창업을 했기 때문에 파스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그로부터 2년 8개월 동안 스스로 연구하며 훈련했다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뚜렷했다. 판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사장님은 무려 49개나 되는 메뉴를 갖고 있었는데, 그 숫자가 지나치게 많았다. 첫 만남에서 백종원은 메뉴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일주일 동안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사장님은 (위생적인 문제들은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줬지만) 여전히 많은 메뉴를 고수했다. 백종원이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특정 동네에서 좋아하는 특정 메뉴는 없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SBS
 
"제 경험으로는 잘못된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좋아하는 메뉴는 없어요."

사장님은 손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메뉴를 많이 만든 것이라 털어놓았다. 그는 동네마다 선호하는 메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메뉴를 많이 만든 후 동네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만 남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백종원은 그 동네의 기호만 맞추면 맛집이 탄생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며, 자신의 경험상 특정 동네에서 좋아하는 메뉴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실제로 캐주얼파스타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메뉴는 파스타가 아니라 돈가스류였다. 손님들은 사장님이 추천했던 차돌박이 크림 파스타나 새우 크림 빠네 파스타보다 돈가스를 더 많이 선택했다. 길동 주민들이 돈가스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물론 아니다. 손님들의 입장에서 저렴한 돈가스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메뉴였고, 파스타는 모험을 하기에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건 '대체 왜 가격을 비싸게 책정했느냐'였다. 사장님은 파스타를 배웠던 지인 가게의 가격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 대답했다. 지인의 가게는 사장님이 영업하고 있는 '골목 상권'이 아니라 춘천에 있는 '먹자골목 내 대형 매장'이었다. 백종원은 골목 상권과 번화가의 음식 가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월세만 해도 3~4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SBS
 
같은 맛, 같은 가격이면 손님 입장에서 굳이 골목 안까지 찾아올 이유가 있을까? 접근성이 좋은 대로변의 번화가를 찾으면 그만이다. 골목 상권은 그 특성상 유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백종원의 설명을 묵묵히 듣고 있던 사장님은 불쑥 눈물을 쏟았다. 아마도 요식업에 발을 들인 후 누군가에게 코칭을 받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리라.

평생 했던 운동을 접고 뛰어들었던 요식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파스타는 중식이나 스테이크에 비해 쉬워 보였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웠다. 더구나 요식업에는 코치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고민하고 싸워야 하는 외로운 길이었다. 사장님은 백종원이 문제점을 지적해 줬을 때 너무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돼 한편으로 굉장히 기뻤던 것이다. 

"차라리 기본을 먼저 배우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메뉴를 줄이는 이슈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주된 논점이었다. 동네 식당의 경우에는 다양한 손님들을 붙잡으려는 생각에 당장 메뉴를 늘리는 근시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건 결코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메뉴가 많으면 당장 재료 관리가 어렵고, 그러다 보면 신선하지 않은 식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맛이 떨어져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게 된다.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기본을 먼저 배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파스타에선 여전히 쿰쿰한 맛이 났다. 문제는 채수였는데, 향이 너무 강했다. 또, 며칠 동안 냉장된 채소를 써서 신선도도 떨어졌다. 채소의 종류가 많아 맛이 조화를 이루지도 못했다. 다행히 사장님은 강한 의욕을 보였다. 과연 사장님이 기본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맛을 찾아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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