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한편 생후 6개월짜리 아들 혁을 키우고 있는 영채는 배가 고파도, 잠이 와도, 기저귀가 불편해도 똑같이 울기만 하는 아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초보 '싱글맘'이다. 남편과 사별한 그는 최근 다시 주점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쉬지 않고 출근하는데도 늘어가는 것은 빚밖에 없다. 수유를 중단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상의가 모유로 자꾸 젖고, 그래서 손님들에게도 거부 당하기 일쑤다. 몸만 회복되면 성매매도 할 수 있다고 사장 미자(염혜란 분)에게 사정해보지만 미자는 고개를 저을 뿐이다.
고용자와 피고용자로 맞닥뜨리게 된 영채와 아영은 처음엔 '고아'와 '유흥업 종사자'라는 편견으로 서로를 보는 듯하다. 두 사람의 육아관 역시 극과 극에 가깝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 집에서 매일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서로를 점점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위태로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연대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만든다.
평범하게 소박한 행복을 나누던 두 사람의 관계는 혁이 불의의 사고로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게 되면서 전환 국면을 맞는다. 영채는 모든 책임을 아영에게 돌리려 하고, 결국 고단한 현실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영화는 우리 사회 '싱글맘'과 보호종료아동 문제뿐만 아니라 육아와 복지 시스템에 관한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워킹맘' 엄마보다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을 더 가깝게 느끼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할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영채의 선택은 분명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이지만 영화는 그 과정을 관객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그려낸다.
▲영화 <아이>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렇다 할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극 중에서 주인공들은 여러 번 위기에 처하지만 악의를 갖고 이들을 괴롭히려는 인물은 거의 없다. 앞서 시사회에서 "어차피 삶은 다 힘든데, 절대 악인을 등장시켜서 그 악인 때문에 이들이 힘든 것처럼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 김현탁 감독의 연출에는 우리 사회 약자들을 향한 예리하고 섬세한 시선이 느껴진다.
"좀 그렇게 크면 어때서요?"
스스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영채에게 아영은 이렇게 항변한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영화는 결국 희망을 놓지 않는다. 가족들과도 온기를 나누기 어려운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꼭 봐야 할 이유다.
한 줄 평: 가족도 마음 편히 만날 수 없는 이번 설날, 꼭 봐야 할 영화
별점: ★★★★(4/5)
영화 <아이> 관련 정보 |
감독: 김현탁
출연: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제작: (주)엠씨엠씨 , (주)무비락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113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1년 2월 10일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그렇게 크면 어때서?", 보호종료아동의 질문이 준 위로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