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토익 수업에서 고졸 경리 사원들은 외친다. "아이 캔 두잇! 유 캔 두잇! 위 캔 두잇!"
영화는 이런 암울한 상황을 '세계화'를 외치던 당시 사회 분위기와 섞어 레트로하고 경쾌한 분위기로 풀어낸다. 덕분에 '왜 그래'를 듣던 때와 비슷한 리듬을 타며 이야기 속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어느 날 회사 공장에 잔심부름(또!)을 하러 간 이자영은 회사에서 폐수를 강에 무단 방류하는 것을 눈치챈다. 이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만 돌아오는 건 인체에 무해하다는, 딱 봐도 의심되는 검사서.
이자영은 신림동 S대학 연구실에 들어가 자신이 담당 직원이라며 수질검사 검사서를 보여달라 말한다. 교수가 확인하겠다며 삼진그룹에 전화를 하자 이자영은 연구실을 뛰쳐나온다. 도망쳐 나오며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대자보에 적혀있는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중심에 우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행동해야 합니다'라는 글.
이자영은 다시 연구실에 들어가 달라진 눈빛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라며 교수를 설득해 진짜 검사서를 받아낸다. 숫자로 드러난 회사의 비리를 눈앞에 두고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 동기 셋은 고민한다. 내부고발을 할까? 내부고발은 한 사람만 다친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세다...... 상대가 너무 세......" 셋은 중얼거린다.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4B연필이라도 깎아야
셋은 스파이 영화 뺨치는 작전을 펼쳐가며 증거를 모은다. 신문사에 증거를 보내고 신문 1면에 실릴 거라는 약속을 받는다. 하지만 삼진그룹이 신문사를 압박해 없던 일이 되었고 이자영의 책상은 복도로 밀려난다. 셋은 크게 좌절한다. 다른 둘이 포기할 거라고 오해한 이자영은 울면서 외친다. "야!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4B연필이라도 깎아야 할 거 아냐! 나는! 포기! 안 해!" 정유나는 야식으로 준비한 빵을 들고 가며 시크하게 말한다. "아직 칼 뽑지도 않았어."
여기부터 영화의 제목인 '영어토익반'이 힘을 발휘한다. 회사 토익 교실에서 밤을 새워 영어로 된 자료를 해석하다 잠든 삼인방이 깨어났을 때, 토익 수업을 함께 듣던 고졸 사원 동료들이 함께 자료를 해석하고 있었다. 소름 돋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삼진그룹이 '주식회사'라는 점을 이용해 주주들을 설득하고 싸움에서 승리한다. 작고 작은 존재들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모였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