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등장한 '무 관중'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4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외야석에 '무 관중' 캐릭터가 그려진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는 세계적으로 5000만 달러의 잔잔한 흥행 수익을 올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는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죽고 사는 수학교사 벤(지미 펄론)이 유능한 비즈니스 컨설턴트 린지(드류 베리모어)를 만나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2003년 보스턴의 극적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에서는 린지에게 이별을 통보 받은 벤이 야구장에서 허탈하게 자신이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읊조리는 장면이 나온다. "야구는 우릴 실망시키지 않아. 100년 동안 우승을 못한다고? 그게 어때서? 그래도 여기 있잖아. 매년 4월마다 말이야. 낮이든 밤이든 경기가 있고 비가 와서 취소되면 반드시 재경기를 갖지. 그렇게 해주는 친구가 있어?" 야구팬들이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는, 야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2020년에는 KBO리그가 출범한 지 39년 만에 처음으로 4월이 돼도 야구가 시작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무려 16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방역강국으로 평가 받는 한국에서도 12월 17일 현재까지 4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KBO리그는 단 한 번의 중단 없이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까지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KBO리그 관계자와 선수, 그리고 야구팬들 모두 2020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은 이유다.
'코로나 펜데믹' 속에도 KBO리그는 멈추지 않았다
작년 11월 중국에서 최초로 보고된 코로나19는 올해 초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한창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하던 메이저리그에서는 연일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자 스프링캠프를 전면 중단하면서 리그 연기를 선언했고 KBO리그 역시 3월 28일로 예정됐던 시즌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다. 야구가 추운 날씨에서 하기 힘든 야외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즌 축소, 최악의 경우엔 시즌 취소에도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3월 말부터 조금씩 확진자가 줄어드는 기미를 보였다. KBO리그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와의 협의 끝에 5월 5일 정규리그 개막을 확정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가 모두 개막을 연기한 가운데 무관중이지만 한국에서 가장 먼저 리그가 개막한 것이다. 야구에 목 말랐던 팬들은 온라인으로나마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