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비규환>에서 토일 역을 맡은 정수정.
에이치앤드
10년을 넘긴 나름 중견 아이돌 가수 출신 크리스탈이 첫 장편영화 개봉을 앞두고 본격적인 연기 인생 시동을 걸고 있다. 저예산 독립영화 <애비규환>에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당찬 성격의 토일 역을 맡은 그는 자신의 실제 모습과 캐릭터의 성격을 적절히 섞어가며 제법 안정적인 연기를 보였다.
5일 서울 삼청동의 모처에서 만난 정수정은 "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는 캐릭터"라면서 "자신을 백 퍼센트 믿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애비규환>에서 토일은 과외 하던 학생과 연애하다 덜컥 임신하게 되고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결혼을 결정하는 등 말 그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다. 그렇다고 생각이 마냥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모든 건 그의 선택으로 미래 계획까지 세워놓고 부모님을 설득하기에 이른다. 나아가 유년 시절 자신을 떠난 친아빠를 찾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긴 여정을 떠나기도 한다. 현재 가족, 남자 친구의 가족과 더불어 자신이 찾은 아빠 사이에서 일종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습이 영화에 잘 담겨 있다.
정수정의 깊었던 고민
"저도 제 성향과 성격이 있는지라 연습생 때도, 데뷔했을 때도 뭔가에 휘둘리진 않았다. 사람은 자기 의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토일이는 그냥 의견을 얘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을 저질러 놓고 통보하는 식이잖나. 사실 촬영장에서 감독님에게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길게 설명도 해주셨고, 제가 대사를 할 때 뭔가 감독님이 생각한 톤이 아니면 돈가스를 생각하라고 하시더라.
다른 게 있다면 저같으면 임신 5개월이 될 때까지 가족에게 숨기진 못할 것 같다. 토일이가 더 극단적이다(웃음). 다만 제가 토일이를 보고 생각했듯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신 뒤 자기 자신을 믿고, 행동하는 모습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정수정이 언급한 돈까스는 일상성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가족이 깜짝 놀랄 행동을 하지만 토일에겐 그저 그런 선택이 돈가스를 먹듯 평범한 것이라는 뜻이었다. 첫 장편영화 속 캐릭터를 그는 감독을 많이 의지하며 이해해나갔다. 영화에 등장하는 의상과 소품도 함께 구입하러 다니거나 직접 가져오는 등 의견 교환도 활발했다고 한다.
"감독님과 또래이다 보니 대화도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고, 공통점도 많았다. 첫 장편영화 데뷔라는 점도 같았고, 영화 취향과 음악 취향도 비슷했다. 촬영 후 좋은 친구가 생긴 느낌이더라. 감독님에게 왜 절 캐스팅했는지 물었는데 미팅했을 때 토일이를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진 아직 듣지 못했다(웃음).
(토일의 부모 역을 맡은) 장혜진, 최덕문 선배님과도 가족처럼 지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붙어있잖나. 실제 엄마 아빠처럼 일상 얘기와 고민도 얘기했다. 혜진 선배님도 엄마의 입장, 나아가 선배의 어머님 얘길 들려주시곤 했다. 그런 대화들이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마음을 열어주신 거니 전 너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