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선두 NC를 꺾고 5강 싸움을 위한 항해를 멈추지 않았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9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터트리며 5-1로 승리했다. 전날 LG 트윈스전 역전승에 이어 2연승을 달린 롯데는 이날 LG에게 6-9로 패하며 6위로 떨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56승1무51패).
롯데는 3회 우전 적시타를 때려낸 한동희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전준우와 이병규가 각각 5회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NC선발 송명기를 강판시켰다. 하지만 역시 이날 롯데 승리의 일등공신은 따로 있었다. 7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2사사구4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롯데의 '안경에이스' 박세웅이 그 주인공이다.
2년의 선발 수업
롯데는 2005년 정규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휩쓸었던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NC 투수코치)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를 거느린 적이 없다. 2008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장원준은 FA 자격을 얻은 후 두산으로 이적해 2개의 우승반지를 따내며 진정한 전성기를 누렸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109승을 따낸 송승준 역시 '가을야구 1선발'로 내세우기엔 2% 부족했다.
장원준이 팀을 떠나고 송승준의 전성기가 지난 후에는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브룩스 레일리(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대표되는 외국인 투수에게 의존하는 시즌이 많았다. 하지만 KBO리그가 아무리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높은 리그라 해도 국내 투수들의 지원 없이는 결코 강 팀이 될 수 없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 역시 토종 선발투수의 부재 속에 이후 4년 동안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에이스 후보 박세웅을 영입하는 행운을 누렸다.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다승과 탈삼진 1위에 올랐던 박세웅은 2015년에도 1군에서 선발로 활약했지만 kt 위즈가 포수 보강이 급해지면서 차세대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박세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결과적으로는 특급 유망주 박세웅을 얻은 롯데와 주전포수 장성우를 데려 온 kt가 서로 '윈윈'을 한 셈이다.
박세웅을 차세대 에이스로 점 찍은 롯데는 이적 후에도 박세웅에게 꾸준히 선발 기회를 주며 선발투수로서 가져야 할 경험과 노하우를 쌓게 했다. 그 결과 2015년 114이닝 동안 2승을 따내는데 그쳤던 박세웅은 2016년 139이닝을 책임지며 7승을 거두는 의미 있는 발전 속도를 보였다. 하지만 2016년에 보여준 박세웅의 성장은 2017 시즌의 잠재력 폭발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2017년 붙박이 선발 투수로 활약한 박세웅은 28경기에서 171.1이닝을 던지며 12승6패3.68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13승의 레일리에 이어 팀 내 다승 2위, 팀 내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박세웅은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롯데 팬들은 모범생 같은 얼굴로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롯데 마운드를 이끈 박세웅에게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안경 에이스'는 고 최동원의 현역 시절 별명이었다.
후반기에 약하다고? 이젠 후반기 에이스
하지만 최동원처럼 훌륭한 투수로 성장해 달라는 롯데 팬들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175.1이닝을 던진 박세웅은 2018년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6월 뒤늦게 1군에 복귀했지만 박세웅은 2018년 14경기엣서 1승5패9.92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차라리 경기에 나오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재활에 전념하는 게 더 나았을 법한 부진이었다.
2018년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박세웅은 작년에도 6월말 1군에 복귀해 12경기에서 3승6패4.20의 성적을 기록했다. 겉보기엔 크게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성적이지만 12경기 중 7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꽤나 의미 있는 복귀 시즌을 보냈다. 특히 시즌 마지막 2경기를 12이닝 1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 막았고 무엇보다 박세웅을 괴롭혔던 팔꿈치 통증이 사라진 것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허문회 감독은 박세웅을 올 시즌 롯데의 3선발로 낙점하며 전성기가 지난 노경은과 경험이 적은 서준원을 이끄는 롯데 마운드의 젊은 리더가 돼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박세웅은 전반기 14경기에서 5승5패 평균자책점5.00에 그치며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빴다. 그렇게 평범한 시즌을 보내던 박세웅은 후반기에 접어들며 롯데가 본격적인 순위싸움을 시작하자 드디어 '안경 에이스'로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세웅은 후반기 8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2패2.91로 투구내용이 부쩍 나아졌다. 특히 19일 NC전에서는 7이닝5피안타2사사구4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호투를 선보였다. 박세웅이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한 것은 한창 돌풍을 일으켰던 2017년5월30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이다. 박세웅이 7이닝을 소화하면서 롯데는 최근 등판이 잦았던 불펜투수 고효준,구승민 등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
박세웅은 12승을 따냈던 지난 2017년 전반기에만 9승3패2.81을 기록했다가 후반기 3승3패5.07로 주춤했고 후반기 부진은 그대로 가을야구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반면에 올 시즌의 박세웅은 다소 아쉬웠던 전반기의 성적을 후반기 호투로 만회하는 중이다. 허문회 감독과 롯데 팬들은 후반기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안경 에이스'가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견인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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