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가 프리미리그 재개 이후 첫 승을 거두며 순위 싸움의 희망을 이어갔다. 토트넘은 24일(한국시각) 홈 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과 주포 해리 케인의 득점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은 선발 출전하여 케인의 쐐기골을 도우며 올시즌 리그 9호 도움으로 부상 복귀와 리그 재개 이후 첫 공격포인트를 신고했다.
이날 팀승리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의 개인 득점이 취소된 것은 아쉽다. 손흥민은 전반 종료 직전인 45분 페널티박스 라인에서 지오바니 로 셀소의 패스를 이어받아 오른발로 때려 웨스트햄의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으나 VAR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지며 득점 기록이 인정되지 못했다.
대신 손흥민은 케인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개인 통산 한시즌 최다인 두 자릿수 도움을 기록하는 것으로 작은 위안을 삼았다. 손흥민은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16골 10도움, 리그에 국한하면 9골 8도움을 기록중이다. 또한 손흥민은 웨스트햄전에서만 통산 8경기에서 4골 7도움을 기록하며 '웨스트햄 킬러'다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은 이날 경기전까지 공식 경기 7연속 무승(2무 5패)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 승리를 맛본 것이 손흥민의 멀티골을 앞세워 토트넘이 3-2로 승리했던 지난 2월 16일 아스톤 빌라와의 리그전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오른팔 골절상을 입으며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 기간 토트넘은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노리치시티와의 FA컵 16강전(승부차기)-라이프치히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 등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리그에서도 첼시-울버햄턴-번리 등에 줄줄이 패하거나 무승부에 그치며 순위가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리그 중단 이후 재개된 맨유와의 지난 20일 30라운드 경기에서도 1-1로 비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웨스트햄전은 토트넘이 남은 리그 기간동안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톱4 경쟁'을 이어갈 수 있는지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경기였다. 토트넘은 이날 7경기 무승의 사슬을 끊고 오랜만에 값진 승리를 맛본 데 이어 SNS 인종차별논란으로 징계를 받았던 델레 알리가 복귀했고, 주포인 케인과 손흥민 등이 나란히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소득을 챙겼다. 지난 맨유전에서 스티븐 베르흐베인이 득점포를 가동한데 이어 공격진이 고르게 골맛을 보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토트넘은 경쟁팀들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황에서 12승 9무 10패로 승점 45점을 기록하며 일단 7위로 순위가 한계단 반등했다. 4위 첼시와의 격차는 6점이다.
또한 승리 못지 않게 의미있는 기록은 토트넘이 이날 모처럼 클린시트로 경기를 마쳤다는 것이다. 토트넘의 무실점 경기는 지난 2월 3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25라운드 홈경기 이후 무려 4개월만이다.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로는 4번째 클린시트 경기였다.
토트넘은 31라운드까지 41실점을 허용하며 리그 최다실점 공동 11위에 올라있고 무실점 경기는 단 5회다. 토트넘보다 리그 순위가 높은 팀중에서 더 많은 실점을 허용한 팀은 전무하다. 당대 최고의 수비축구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무리뉴 감독이 사령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낯선 기록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부임 이후 안정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실리축구로 숱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토트넘에 와서도 공격수들의 수비가담과 많은 활동량을 강조하는 등 수비적인 전술운영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지휘봉을 잡은 탓인지 수비 조직력을 안정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리그 중단기 동안 재정비에 돌입했고 토트넘의 수비는 많이 달라진 모양새다. 무리뉴 감독은 맨유전에 이어 웨스트햄전에서도 오리에, 산체스, 다이어, 데이비스의 포백 라인을 가동했는데, 토트넘은 2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허용했다. 그나마 1골도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허용한 PK 득점이었고 필드골 실점은 '0'이다.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다시 꾸준히 중용되고 있던 에릭 다이어는, 리그 재개 이후 2경기 연속 센터백으로 출장하여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맨유전에서 폴 포그바에게 범한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준 장면은 옥의 티였지만, 그 외에는 파트너인 산체스와 함께 시종일관 안정된 철벽수비를 선보이며 상대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많이 내주지 않았다.
몇 번의 위기도 있었으나 그때마다 골키퍼 요리스의 선방이 빛을 발했다. 무사 시소코의 부상 복귀로 해리 윙크스와 함께 포백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정된 '더블 볼란치'를 가동하게 된 것도 큰 힘이 됐다. 무리뉴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실점 경기와 수비 조직력의 안정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토트넘은 올시즌 이제 리그 7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부상을 털어낸 주축 선수들이 공격포인트까지 맛보며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고 있고, 고질적인 약점이던 수비 조직력도 안정을 찾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달 3일부터 셰필드 전을 필두로 에버턴-본머스-아스널-뉴캐슬-레스터 등 3~4일 단위로 지옥의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일단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토트넘의 마지막 반격이 기대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