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무법지대> 포스터.
넷플릭스
'코로나 19' 사태로 집에 갇혀 있다 보니 미국인의 넷플릭스나 훌루 시청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봉쇄령' 와중 극장 이런데도 다 문 닫았으니 유일한 엔터테인먼트가 텔레비전 밖에 더 있을까. 넷플릭스가 처음 런칭할 1997년만 해도 컨텐츠를 받아 재방을 하는 업체에 지나지 않았는데, 현재는 자체 프로덕션을 통해 넷플릭스만의 시청자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오직 넷플릭스 멤버십이 있어야 볼 수 있는 컨텐츠들이 생겨난 것인데, 지난 3월 20일 출시된 <타이거 킹: 무법지대>(이하 <타이거 킹>)가 그 중 하나다.
다큐멘터리 미니시리즈인 <타이거 킹>이 장사가 될까 하시는 분들을 위해 하는 말인데, <타이거 킹>은 출시 10일 만에 3억 4천만 명이 시청한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미니시리즈 중 하나다.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에 의하면 현재 미국 내 개인이 사유한 호랑이 수가 5천~1만 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반면 자연에서 야생하는 호랑이 수는 4천 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야생 호랑이를 잡아다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니 누군가 시장에 공급하고 있단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교배를 통해 호랑이 새끼를 분양하는 사업으로 이윤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 이그조틱처럼 동물원을 운영해 수익을 챙기는 사람도 있다. 반면 캐롤 배스킨같은 경우는 주로 버려진 호랑이를 데려다 키우는 일을 하고 있어 수익성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미국의 비영리 단체는 기부금으로 운영되기에 수익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다. 미국 세법상 기부금은 연방 소득세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기부금 문화가 전반적으로 발달되어 있다. 세금으로 정부에 바칠 것,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면 기부받은 단체에서 알아주고 대접해주기 때문에 어차피 없어질 돈이면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호랑이 새끼는 몰라도 다 성장한 호랑이를 키우기에 곤란한 점이 많다. 가축화된 동물이 아니라 야성이 살아있는 육식 동물이어서 일단 안전성이 문제다. 어린 새끼는 이빨도 덜 날카롭고, 귀여운 맛이라도 있지만, 생후 일년이 지나면 몸무게 170~200 파운드(76~90kg)에 육박한다.
게다가 고기를 먹여야 하니 식비도 만만치 않다. 조 이그조틱처럼 호랑이 200마리 이상 되는 애들을 먹여 살리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사료 먹으면 좋으련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 그래서 <타이거 킹>을 보면 로드킬 사슴 등을 동물원으로 가져와 호랑이가 뜯어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가끔 동물원 직원들이 단체로 사냥을 나갈 때도 있었다. 그리고 평상시 월마트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나 햄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아 식비를 절감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건비 및 기타 시설 유지비 제외하고도 호랑이 먹여살리는 것부터가 장난이 아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내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의 사업성 유무를 검토하는 게 선행되어 한다. 이 단계 건너뛰고 감만 믿고 무작정 사업 시작했다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투자금이 수익률을 웃도는 경우가 생기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이거 킹>을 보면서 호랑이를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업성 계산이나 해보고 시작한 사업인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높을수록 좋은 사업이다. 즉, 들어가는 돈이 적으면 적을수록, 반면 나오는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사업인 거다.
그런데, 호랑이를 이용해 동물원이나 사파리를 운영하는 사업을 보면 일단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그것도 시설 투자비 이런 거면 보이는 것이라도 있고, 남는 것이라도 있는데, 소모성 비용이라 호랑이들 뱃속에 들어가 버리면 끝이다. 또한 야생 동물을 다루는 위험도가 높은 사업이라 직원 안전 교육 이런 것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는 등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그게 다 지출이다. 반면, 수입원이라고는 동물원이나 사파리 입장료 외에 호랑이 새끼 분양하는 정도가 전부이다.
그래서 조 이그조틱이 운영하던 GW 동물원이나 닥 앤틀이 컬트 종교 지도자처럼 군림하던 머틀 비치 사파리 그리고 캐롤 배스킨이 대표로 있는 호랑이 구조대 모두 공통적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인건비라도 안 줄이면 사업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이그조틱처럼 호랑이 및 다른 야생 동물들을 기르는 사설 동물원 머틀 비치 사파리의 주인인 닥 앤틀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10대 후반 어린 여자들을 꼬여내 최저 임금보다 낮은 시간당 임금을 주며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부려먹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거의 무급으로 일하다 빠져나온 어느 여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마치 세뇌를 당한 것처럼 닥 앤틀의 말을 따랐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잠자리까지 어린 여직원들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조 이그조틱 역시 인건비 줄이기 위해 떠돌이 부랑자들을 데려다 저렴한 임금으로 일을 시켰다. 호랑이 구조대를 운영하는 캐롤 배스킨은 자원 봉사자 차등제를 두어 마치 군대처럼 계급을 다는 제도를 마련했다. 봉사시간 누적도에 따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올라가는 식으로 자원 봉사자의 성취감을 자극했다. 게다가 호랑이 보호라는 공익을 내세우니, 고등교육 받은 의식있는 사람들이 봉사하겠다고 스스로 찾아와 고급인력을 무료로 쓰고 있는 셈이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타이거 킹>에 등장하는 호랑이 사업에 관련된 사람들의 윤리체계가 모두 의심스럽다. 일부다처제를 실천하며 살지 않나(조 이그조틱의 경우는 일부다부제). 전 남편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지 않나. 나이 50 먹은 남자가 10대 후반 청소년과 성관계를 하지 않나. 임금 착취에 심지어 성 착취까지, 호랑이에게 주는 먹이 또한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와 햄이라니.
게다가 닥 앤틀은 어린 호랑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성인이 되기 전, 안락사를 시켰다는 증언이 다큐멘터리에 나온다. 동물원 내에서 교배시켜 호랑이 새끼가 태어나면 관람객들이 만질 수도 있고, 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다 큰 성인 호랑이는 위험하고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 차원 이런거 떠나서, 자연에서 생활하게 그냥 놔둘 것이지 동물원에 가둬 두고 돈벌이로 쓰는 것도 모자라 다 자라면 이용 가치가 떨어지기에 죽인다니 너무 비인간적인 처사다. 닥 앤틀은 호랑이를 죽였지만, 조 이그조틱은 동물원에서 야반도주한 후, 캐롤 배스킨에 대해 이빨을 갈며 복수할 것을 다짐하다가 캐롤 배스킨을 죽여달라고 살인 청부까지 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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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금속공예가의 미국 '속'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