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동물원에서 고릴라 건욱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다가 진이 빠진다. 짝사랑하는 해경이 고릴라를 닮았다는 한마디에 사력을 다해 연기에 불을 붙인다. 반면 게으르고 움직임이 적은 나무늘보를 맡은 해경은 하루 종일 남자친구 연락을 기다리며 멍하게 시간을 죽여야만 한다. 너무 움직이지 않다 보니 팔, 다리에 쥐가 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기린 흉상을 얻게 된 서원장은 긴 기린 목을 움직이느라 진땀을 빼게 된다.
동산파크의 마스코트인 북극곰은 보다 못한 태수가 연기하게 된다. 매번 이래라저래라만 했지 직접 탈을 써보니 이거야말로 극한직업이라 느낀다. 점점 지쳐가는 태수는 관람객이 던진 콜라를 마시다가 들키게 되고, 이를 본 사람들이 SNS에 올리며 동물원은 호황을 누리게 된다. 동물원 식구들은 일단 3개월만 버티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커진 반응에 승승장구하게 된다. <극한직업>에서 보여주었던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그러나 깔깔대고 웃다 보면 보이지 않던 문제점도 드러난다. 과연 동물원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관람객 수에 따라 폐장과 개장을 반복하는 동물원이 먼저일까, 동물이 문제일까? 동물과 사람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되묻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아무리 자연과 가깝게 만들었다고 해도 동물들에게 창살 없는 시멘트 감옥일 뿐이다. 초반 북극곰을 맡았던 서원장(박영규)은 이런 말을 한다. "내가 탈을 쓰고 우리 안에 들어가 보니 감옥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어." 동물들이 정형행동을 보이는 이유도 인위적인 환경과 스트레스 때문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갇혀 있으면 답답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