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 인사이트-세상 끝의 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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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산곡산 깊은 곳에 수도사들의 공동체가 있다. 일찌기 1084년 성 브르노가 프랑스 사르트뤄즈 계곡에 세운 카르투시오 수도원은 엄격한 고독와 침묵의 수도생활로 신을 향한 영원의 진리에 헌신해 왔다. 전 세계 11곳에 370명의 수도사만이 그 '희생'의 수도를 이어온 가운데 15년 전 요한 바오로 2세가 경북 상주에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을 허락했다.
한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에서 온 11명 수도사가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사막과도 같은 이 산자락에 수도원의 소음마저도 거세된 독방에서 침묵과 고통에 투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도사들에게 이곳은 주님과 그분의 종이 함께 이야기 하는 거룩한 땅이다. 그러나 그 주님이 약속하신 땅의 샘에 다다르는 길은 건조하고 메말라 보인다.
종소리에 따라 하루의 활동을 하는 수도사들, 기도방, 작업실, 텃밭으로 이뤄진 독방에서 온종일 기도와 묵상을 한다. 반면 평수사들은 기도, 묵상과 함께 노동의 소임을 감당한다. 인터넷, 전화, 신문도 없이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수도사들 사이의 이야기는 서면으로 대체된다. 유일한 대화라면 짧은 한국어 수업, 형제적 일치를 위한 산책, 주말의 정찬 뿐이다. 심지어 부모님과도 1년 중 단 이틀만 만날 수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가볼 수 없는 위대한 포기로 점철된 수도의 삶이다.
한 달에 한번 이 수도원 설립 시절부터 조력자 역할을 해온 초대 안동 교구장이었던 두봉 주교와의 자유 토론 시간이 있다. 방송에 소개된 이날의 화두는 '얼마나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가?'였다.
수도사들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살아가셨듯 그 분과 함께 모든 것을 나누기 위해 가난을 모토로 삼았다"고 한다. 그들은 가난을 통해 자신을 비우고 겸손하게 초연해져 점점 더 하느님을 깊이 이해한다.
자유로운 결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