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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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으로 전 세계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영국 정보부 요원 '캐서린 건(키이라 나이틀리)'. 어느 날 그녀는 국민들을 속이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과 영국 정부의 계획이 담긴 메일을 수신하고, 고민 끝에 내부 고발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흘린 정보는 '옵서버'의 기자인 '마틴 브라이트(맷 스미스)'에게 전해지고, 그는 영국과 미국 정부가 숨기려는 새빨간 거짓말을 폭로하며 특종을 터뜨린다. 언론 보도 후 공무 기밀(Official Secret) 유출 혐의로 기소당한 캐서린은 인권 변호사인 '벤 에머슨(랄프 파인즈)'에게 변호를 요청하고, 캐서린은 정의와 불의, 진실과 거짓을 가를 법정에 선다.
<오피셜 시크릿>은 2004년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 영국과 미국 정보부의 기밀을 외부에 알린 캐서린 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곧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알 권리, 양심의 자유, 그리고 발언의 자유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오피셜 시크릿>이 내놓는 답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이다. 사실 캐서린 건 사건은 이미 결론이 난 실화이고, 그렇기에 영화도 국가 안보보다 국민의 기본권이 더 가치 있다는 예상 가능한 답을 제시한다. 다만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을 복잡한 논리와 철학적 논쟁이 아닌 한 개인의 신념과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우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피셜 시크릿>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캐서린은 세상이 옳은 방향으로 돌아야 하고, 정의는 지켜져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블레어 총리의 인터뷰를 보면서 TV에 대고 욕을 퍼붓는다. 실제로 그녀는 뭔가 대단한 계기로 내부 고발을 하지 않는다. 그저 순전히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남편인 '야사르(아담 바크리)'처럼 세상은 이미 더럽고 그저 상식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순응하는 사람들은 캐서린을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자로 본다. 그러나 그녀는 순진하기 때문에 이력서에 빨간 줄이 새겨지고 국가의 적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자신이 무죄라고 당당히 외친다. 직장에서의 내사, 수사 기관의 조사와 미행 등 숱한 압력을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는다.
전임 영국 외교부 법률 고문은 벤과의 만남 도중 캐서린에 대해서 "순진하네요. 용감하고요"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 말은 <오피셜 시크릿>이 2시간에 걸쳐서 말하고자 한 바를 압축한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오피셜 시크릿>은 세상의 논리와 다수의 압력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순진함만이 정의와 진실을 지킬 수 있으며, 그 순진함의 다른 이름이 바로 용기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치, 저널리즘의 원칙, 그리고 국가 안보와 개인의 기본권 사이의 가치 판단까지.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오피셜 시크릿>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무거운 주제들을 필연적으로,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다뤄야만 한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작품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장르의 혼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