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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숨기려는 새빨간 거짓말... 이어진 폭로

[리뷰] 영화 <오피셜 시크릿>

19.11.27 19:02최종업데이트19.11.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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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주)팬 엔터테인먼트

 
도청으로 전 세계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영국 정보부 요원 '캐서린 건(키이라 나이틀리)'. 어느 날 그녀는 국민들을 속이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과 영국 정부의 계획이 담긴 메일을 수신하고, 고민 끝에 내부 고발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흘린 정보는 '옵서버'의 기자인 '마틴 브라이트(맷 스미스)'에게 전해지고, 그는 영국과 미국 정부가 숨기려는 새빨간 거짓말을 폭로하며 특종을 터뜨린다. 언론 보도 후 공무 기밀(Official Secret) 유출 혐의로 기소당한 캐서린은 인권 변호사인 '벤 에머슨(랄프 파인즈)'에게 변호를 요청하고, 캐서린은 정의와 불의, 진실과 거짓을 가를 법정에 선다.  

<오피셜 시크릿>은 2004년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 영국과 미국 정보부의 기밀을 외부에 알린 캐서린 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곧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알 권리, 양심의 자유, 그리고 발언의 자유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오피셜 시크릿>이 내놓는 답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이다. 사실 캐서린 건 사건은 이미 결론이 난 실화이고, 그렇기에 영화도 국가 안보보다 국민의 기본권이 더 가치 있다는 예상 가능한 답을 제시한다. 다만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을 복잡한 논리와 철학적 논쟁이 아닌 한 개인의 신념과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우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피셜 시크릿>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캐서린은 세상이 옳은 방향으로 돌아야 하고, 정의는 지켜져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블레어 총리의 인터뷰를 보면서 TV에 대고 욕을 퍼붓는다. 실제로 그녀는 뭔가 대단한 계기로 내부 고발을 하지 않는다. 그저 순전히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남편인 '야사르(아담 바크리)'처럼 세상은 이미 더럽고 그저 상식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순응하는 사람들은 캐서린을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자로 본다. 그러나 그녀는 순진하기 때문에 이력서에 빨간 줄이 새겨지고 국가의 적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자신이 무죄라고 당당히 외친다. 직장에서의 내사, 수사 기관의 조사와 미행 등 숱한 압력을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는다. 

전임 영국 외교부 법률 고문은 벤과의 만남 도중 캐서린에 대해서 "순진하네요. 용감하고요"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 말은 <오피셜 시크릿>이 2시간에 걸쳐서 말하고자 한 바를 압축한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오피셜 시크릿>은 세상의 논리와 다수의 압력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순진함만이 정의와 진실을 지킬 수 있으며, 그 순진함의 다른 이름이 바로 용기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치, 저널리즘의 원칙, 그리고 국가 안보와 개인의 기본권 사이의 가치 판단까지.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오피셜 시크릿>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무거운 주제들을 필연적으로,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다뤄야만 한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작품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장르의 혼합이다.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주)팬 엔터테인먼트

한 영화 안에 여러 장르가 섞이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 않지만, 사회고발 영화, 저널리즘 영화, 법정 영화라는 장르의 구분이 명백하다는 점이 <오피셜 시크릿>의 특이점이다. 초반부 <오피셜 시크릿>은 실제 뉴스 화면을 삽입해 사회적 쟁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짚어준다. 또한 캐서린이 국가 기밀을 알게 되는 방식, 누구에게 기밀을 전달하는지, 그녀의 성품은 어떻고 얼마나 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등을 명료하게 제시하면서 사회고발 영화로써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 직후 영화는 마틴의 취재 과정에 집중하면서 저널리즘 영화로 전환된다. 국가 기밀 대 시민의 알 권리 및 언론의 자유 사이에서 무엇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전개는 베트남 전쟁과 펜타곤 페이퍼를 소재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오피셜 시크릿>은 법정 영화로 전환된다. 특히 벤이 어떤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캐서린의 변호를 준비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묘사하면서 국가 안보와 양심의 자유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장르 간 구분은 캐서린, 마틴, 벤을 관련 없는 장르에서 최소한으로만 등장시키는 연출 덕에 더 효과적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민감하고 논쟁적인 사안들을 다룬 후에 이 작품은 사회고발 영화로 돌아온다. 그리고 판사가 캐서린에게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묻는 영화 시작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그녀의 대사를 통해 영화의 메시지를 단 두 마디로 압축한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후회하지 않으니까요." 

<오피셜 시크릿>은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충분한 작품이다. 법정 영화의 장르적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흔히 기대하는 공판 과정에서의 강렬한 쾌감 대신 긴 여운을 남기는 전개를 선택하면서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라크 전쟁 당시 영국과 미국의 정치 지형, 당시 국제정치에 관한 사전 배경 지식이 없을 경우 상당히 지루하거나 영화의 전개를 쫓아오기 힘들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피셜 시크릿>은 그저 사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힘든 시대에 옳고 그름을 가르는 한 끗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서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의만큼은 분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피셜 시크릿>은 국가 대 개인, 불의 대 정의, 거짓 대 진실, 억압 대 자유 사이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게재한 리뷰입니다
영화리뷰 오피셜 시크릿 내부고발자 이라크 전쟁 키이라 나이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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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는 하루, KinoDAY의 공간입니다. 종교학 및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영화와 드라마를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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