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무관심한가. 또 그 무관심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잔인하게 다가올까. 오는 27일 개봉 예정인 <나를 찾아줘>는 실종된 아이를 찾아 헤매는 어머니의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간호사로 일하는 정연(이영애 분)은 아들 윤수를 잃어버린 지 6년이 지났지만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남편 명국(박해준 분)은 직장까지 그만 두고 아이를 찾는 데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김새부터 흉터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연락에 정연은 급하게 홀로 낯선 섬으로 향한다.
한편 작은 섬에 위치한 '만선 낚시터'에는 민수, 지호라고 불리는 어린 아이 두 명이 매일 일을 하고 있다. 낚시터의 어른들은 이 아이들을 하루종일 일꾼으로 부려 먹는다. 아이들은 낚시용 그물을 올리고 내리는 일부터, 산탄총에 맞은 고라니를 들쳐 메고 오는 일까지 성인 못지않은 노동을 감당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악인이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누군가는 해외에 유학 보낸 아들을 걱정하고, "서로 돕고 살아야지"라며 인심을 베풀기도 한다. 하지만 실종 아동 포스터를 우연히 본 신임 경찰이 "민수랑 닮았다"며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죽은 김 할머니가 놓고 간 아이다", "내가 납치라도 했다는 뜻이냐"며 화를 낸다.
영화의 내용은 우리나라의 몇몇 끔찍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지난 2014년 1월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신안군 염전 섬 노예 사건'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
당시 전남 신안군에서 임금 체불과 감금으로 수십년간 혹사 당했던 장애인들이 경찰에 구출된 사건으로, 지역 경찰들까지 이를 묵인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영화에서도 경찰인 홍경장(유재명 분)은 아이를 찾아온 정연을 경계하고 아이들을 숨기는 데 일조한다.
▲<나를 찾아줘>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영애는 아이를 잃은 엄마 정연에게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무엇보다 다소 극적이었던 금자 캐릭터와 달리,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점이 인상 깊다. 정연이 새벽녘 낚시터를 둘러보는 장면이나 아들의 환상을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 등은 그 자체만으로 그의 삶의 무게를 체감하게 만든다.
극 중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인물은 홍경장이다. 그는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멀리 섬 마을까지 달려온 정연을 안쓰럽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나 그는 만선 낚시터의 주인으로부터 꾸준히 뒷돈을 제공받아 왔으며, "민수가 실종 아동 포스터 속 사진과 너무 닮았다"고 주장하는 후배 경찰에게 돈을 주면서 입을 막는 일도 도맡는다. 특히 홍경장의 마지막 대사에는 감독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실종 아동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 본다. 수없이 쏟아지는 허위 제보 때문에 고통 받는 가족들, 포스터를 유심히 보지도 않은 채 버리는 사람들, 4년 동안 찾아다닌 아이가 황당하게도 정신병원에서 발견된 이야기 등을 통해 실종 아동 문제의 폐부를 찌른다. 영화의 제목 '나를 찾아줘'는 결국 실종 아동이 우리에게 던지는 구조 요청인 셈이다.
한편 <나를 찾아줘>는 실종 아동 못지않게 아동 학대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극 중에서 어른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때리고 물에 빠트리고, 성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에서 꼭 이렇게 적나라해야 했을까 싶은 아쉬움은 남는다.
▲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 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한 줄 평 : 우리 안의 잔혹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우화
별점 : ★★★★(4/5)
영화 <나를 찾아줘> 관련 정보 |
감독: 김승우
출연: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이원근
제작: (주)26컴퍼니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러닝타임: 10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19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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