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실 그렇게 그 이야기는 종결되었다. 2편 이후 세 편의 터미네이터 영화가 나왔지만 과거 시리즈와 동등한 시각을 보여준다거나 특별히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과거 사라 코너의 결정으로 바뀌어 버린 세계의 운명은 후속 편에서 다시 운명론으로 바뀌어 펼쳐진다. 즉, 운명은 정해져 있고 결국 그건 바꿀 수 없다는 식의 서사를 가져온 후속편들은 과거 시리즈의 지향점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그려, 아류작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기존 사라 코너의 <터미네이터> 서사를 이어받고 있다. 사라 코너와 함께 새로운 등장인물인 다니(나탈리아 레예스),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를 등장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며, 새로운 터미네이터인 Rev-9(가브리엘 루나)를 등장시켜 긴장감을 높인다. 기존의 정통을 이어받는 후속 편이 정말 필요했을까라는 물음에 영화는 자신의 이야기와 캐릭터로 답하고 있다.
운명 개척론자인 사라 코너는 여전히 카리스마 있게 자신과 세계의 위기에 등장해 맞서 싸운다. 이미 환갑이 넘은 영웅은 첫 등장부터 압도적이고 힘이 넘친다. 그에 반해 새롭게 등장하는 다니와 그레이스는 과거의 사라 코너를 떠올리게 한다. 아직 맞서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서툰 두 사람은 대부분의 상황에 큰 두려움을 느끼지만 최선을 다해 닥친 위기를 벗어나려 애쓴다. 이렇게 세 여성이 만나게 되면서 관록 있는 과거의 영웅과 힘이 넘치는 새로운 영웅이 함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간다.
과거 후속 시리즈와는 다르게 이번 <터미네이터>에서 남성은 보조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빌런으로 등장하는 Rev-9과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은 신구 터미네이터 대결을 벌이며 여성들의 주변에 위치한다. 세 여성 캐릭터가 힘을 합쳐 강력한 터미네이터에 대항하는 액션 장면은 각 캐릭터에 맞게 구현됨으로써 박진감이 넘친다. 그레이스는 기계가 이식된 인간으로서 맨몸으로 하는 액션을 훌륭히 처리하고, 위압적인 분위기인 사라 코너는 엄청난 화력으로 기선을 제압한다. 주로 보호당하는 역할을 맡은 다니는 지난 시리즈 중 존 코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세 여성 캐릭터가 이끄는 영웅 서사